5월, 서로 사랑하라.


3월이랑 4월은 기다리던 달이였는데도 봄이 아닌 겨울 날씨라 너무 춥고 힘들었어요.
들려오는 이야기들도 전부 슬프고 우울한 소식들이라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특히 이상하게 미사 드릴 때마다 눈물이 북받쳐 올라와서 정말 힘들었어요. 성가대라서.. 어디 가서 숨을 수도 없고 말이죠^^;

내가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저를 지배했던 계절이였어요. 겨울. 그리고 3월과 4월.

5월이예요.
어젠 성모의 밤 행사에 참가해서 특송도 부르고 헌화-는 못했지만 초도 바치구 그랬어요.

추운 밤이였지만 성당 앞 뜰에 모인 할머니 할아버지, 또 다른 많은 신자분들, 아저씨 아주머니, 꼬맹이들, 청년들, 아가씨들. 학생들.. 모든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어머니를 바라보는 맘으로 성모님 앞에서 묵주기도를 함께 바쳤어요.
혼자서 꽁꽁 언 일본의 방에서 바치던 성모송과는 다른 기분이였어요.

파카를 입고 성가대 단원복을 입었는데도 너무 추웠는데, 예복을 입으신 분들은 더 추우셨을 거예요.

하지만 라일락이 너무 향기롭게 피어서, 숨을 쉴 때마다 몸 안 가득 향기가 들어와서 정말 좋았어요.
취할 정도로 향긋한 많은 꽃 향기들.

그리고 어두운 풍경을 노랗고 붉은 오렌지빛으로 물들이던 조명과 초들..

헌시도 좋았고 솔로로 성악 공연도 참 좋았어요.
세실리아 성가대와 함께한 특송은 야외라 많이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크게 크게 불렀어요.

너무 추웠는데- 나를 낳으시느라 아프셨을 엄마의 진통을 떠올리고
또 우리를 위해 맘 아파하실 마리아님을 떠올리니 참을만 했어요.
나중엔 뼈까지 시릴 정도였지만^^;

세례 받은 지 2년 됐는데 성모의 밤 행사는 처음이였어요.
화관을 쓰신 마리아님도 처음 뵜어요.
참 아름다운 밤이였어요, 2010년의 5월의 첫번째 날.

라일락과 장미꽃 향기가 너무 좋아서- 기록하고 싶었어요. 정말 좋은 것들은 나누고 싶어지잖아요.
그리고 모두의 기도하는 음성과 노랫소리도, 참 아름다워서.
또 오렌지빛 불빛에 젖은 성당 풍경과 신자분들, 신부님과 수녀님. 또 전례부와 성가대. 뜰 안의 나무와 성모상..
참 축복받은 사람이지요 저는. 이렇게 아름답고 향기로운 것들을 보고 듣고 맡으며 살아가니까요.

너무 행복하고 감사해서 연신 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늘은 새벽부터 나가서 일 했어요. 일요일인데 수원에서 일이라 정장이랑 구두를 들고 나갔죠.
야외와 실내에서 일 하느라 몸이 녹초가 되었는데도 정신만은 생생해요. 어제 몇 시간 못 잤는데도요.
미사에 늦어서 봉헌 때 들어갔는데 다행히 성체도 모실 수 있었고 특송도 부를 수 있었어요.

오늘 특송은, 서로 사랑하라. 라는 곡이였어요.

아직도 그 멜로디와 가사가 떠올라요.
아, 이상하다. 우리 청년 성가대. 성십자가 성가대. 이렇게 실력이 언제 늘었는지..
부르면서도 스스로 감탄했어요. 모두의 목소리가 하나가 되어 성당에 울려퍼지고, 남자단원 여자단원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사랑을 노래하는 성가곡에 모두의 진심이 우러나는듯한- 맑고도 깊이가 있는 특송이였어요.
정말 정말...
사랑이 가득하고 또 성스러웠어요.

인생에 있어서 정말로 아름답고 소중한 순간들은 기록되지 못하나봐요.
마음이 아플 정도로 빛나던 그 순간들. 오늘도 저는 만났어요. 함께 했어요, 모두랑.

저번 달과는 다르게 (마치 조울증처럼^^;) 신나고 흥이 나고 기뻐서 연신 방긋방긋 웃으면서 노래 불렀어요, 아니 성가를 불렀어요. 나를 위해 또 모두를 위해서.

신부님이 이런 말씀 하셨었어요.
사랑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구요.
사랑이 없으면, 전례부의 낭독도 그냥 아나운싱에 불과하고
성가대의 노래 역시 그냥 합창단의 노래에 지나지 않을 거라구요.
사랑이 깃들고 마음이 담기고 진심이 있어서, 모든 것이 다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우리, 살아가요. 살아갑시다. 사랑합시다.
사랑으로.
사랑 안에서 만나요.

그래요.
우리는 사람이예요. 실수도 하고 나쁜 짓도 저질러요.
반성하기도 하고 변명도 하고, 지저분하고 더러운 면이 있어요.
하지만 착한 부분도 있고 남을 돕고 함께 나아지고자 하는 맘도 분명 있어요.
누구나 실수는 해요. 중요한 건 돌이킬 수 없는 실수 앞에서 후회하고 자책하고 스스로를 비참하게 여기기보다-
하나 더, 배우고. 또 그만큼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일 꺼예요.

상처입고, 또 상처 입히고. 후회하고, 또 스스로와 상대를 괴롭히고.
울고 울부짖고 화내고 거짓말하고 욕하고 헐뜯고..
그렇게 스스로를 비참하게 끌어내린다고 해도-
서로 사랑한다면 그 모든 아팠던 것들은 분명 언젠가 치유될거라 믿어요.

솔직하지 못했던 많은 아픔들
제대로 고개를 들고 마주할 수 없던 위선과 가면들, 우리 자신의 페르소나에 갇힌 진심.

서로 사랑하면, 하느님이 우리 안에 머무신대요.
서로 사랑하면, 천국이 우리의 것이래요.
하느님이 곧 사랑이시래요.

나는 얼마만큼 사랑하며 살고 있고, 또 살아왔고 살아갈지- 눈을 감고 헤아려 봅니다.

서로 사랑하고 있습니까?

아버지, 어머니께 받는 사랑만큼
저는 그 사랑을 돌려드렸었나요?
동생이 절 생각한 것만큼 제가 동생에게 해준 사랑의 표현이 무엇이 있나요?
사랑하는 친구가 아플 때 저는 어디서 뭘 하고 있었나요?
내가 내 스스로를 망치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라는 변명과 핑계로 나 스스로를 홀대하고 있었을 때-
나는, 제대로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나요?

누군가가 내민 손을 거절하면서.
나는 사랑을 외면하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이라고 믿지는 않았던지,
누군가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것보다, 받는 것이 참 사랑이라고 잘못 믿고 행동하지는 않았는지.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할 것을 알면서도-
그 길을 가지는 않았는지.

후회하고 반성하고 
...
그리고,
좀 더 사랑하고 싶은 계절입니다.

다들, 서로 사랑하고 계신가요?
햇살이 밝은, 푸르고 맑은 오월의 하늘 아래서
모두들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행복하시길, 그리고 건강하시길 기도 드립니다. 

당신이 없는 곳에서도 누군가가 떠난 그 자리에서도- 사랑은 다시 피고 지고 열매를 맺어요.
서로 사랑하면, 우리 안에 하느님이 머무십니다.
서로 사랑한다 말하면서 화를 내거나, 때리거나, 해코지할 수 있을까요?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말이 아닌 살아가는 것 그 자체이리라 믿어요.

눈물도 한숨도 빗방울도 이슬도 개울물도 소변도 땀도 침도 수돗물도 목욕물도 강물도 폭포수도 바람도 구름도 피도..
결국은 커다란 바다에서 만나서 하나가 되고 큰 흐름을 만들고 대기가 됩니다.

우리도 나중엔 커다란 사랑 안에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길.
5월에는 우리 모두가 누군가에게 좋은 사랑이 되어 줍시다.

감사합니다 :)

PS. 서로 사랑하라,는 특송곡을 찾다가 동영상 하나를 찾아서 올려봅니다.
개신교 교회 성가대에서 부른 곡-음은 똑같은데 
가사가 달라요!
독생자-란 표현 대신 아들이란 표현을 썼었고..
화목제란 말도 생소해요. 저 부분은 뭐라고 불렀더라?! 우와우와 엄청 신기해>_<;;

가사가 달라 아쉽지만.
담긴 의미는 같을 거예요.
어떤 식으로 해석하든지요.


일본에서는 개신교든 천주교든 그냥 교회는 다 교회,라고 불렀어요. 성당/교회. 구분하지 않구요.
같은 신을 믿으면서 하느님과 하나님으로 다른 이름을 사용하는 우리나라 기독교...
서로, 사랑하고 있습니까?

5월의 공휴일 중 석가탄신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죠.
자비를 베풀고 스스로 부처가 되라 하는 불교의 가르침 역시 사랑이고
누군가에게 강요하고 설득하기보다 스스로 먼저 성화되는 것이,바른 전도라고 믿는 천주교 역시 사랑을 품고 있어요.
개신교도 마찬가지일테고 세상 그 어느 종교도 사랑을 말하지 않는 종교는 없지요.

종교보다 혹은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의 실천인데,
말만 앞서는 스스로를 반성합니다.

5월.
참, 사랑하기 좋은 달이네요.

훼손되는 자연, 소외받는 이웃, 서먹해진 가족이나 친구.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소중한 나 자신 스스로.
우리, 서로 사랑하는 달을 만들어 나가요.

^--^

PS2. 기록되는 것보다 기록되지 못한 웅장함과 아름다움들이 더 많아요.
제 기록들은 그냥. 랜덤일 뿐이죠.
제 안의 여러가지들 중에 제 경험들 중의 일부요.

무얼 위한 기록인지 요즘은 가끔 생각합니다.
그리고 카메라를 내려놓곤 하게 되요.

5월엔 자주 컴퓨터를 쓰지 못할 것 같아요.
그래서 한 번 컴퓨터 앞에 앉으면 아쉬워서 오래 오래 긴 이야기를 늘어 놓게 되더라구요.
햇빛이 너무 좋아요. 온라인도 좋지만, 향기와 온기를 직접 만날 수 있는 들판에서- 5월의 행복을 만끽해요, 우리 ^-^/

PS3. 동대 입구 역에서 약수역 방향으로 조금만 걸어 나오면 장충체육관 건너편 아래에 신당동 성당이 있어요.
성당 뜰엔 화사한 꽃들로 장식되신 마리아님이 계시고, 초들도 빛나고 있어요.
혹시나 근처 사시는 분 계시면 오다 가다 보셔도 좋으실 거예요 ^^

어릴 땐 저게 다 우상이라고 생각하며 도끼눈을 치켜뜨고 째려보곤 했었는데^^;
마리아님은 예수님의 어머니셔서 공경의 대상이신 거지 우상은 아니라는 걸 아주 늦게 배웠어요.

터키의 마리아님의 집에서도 성물이나..많은 것들을 비웃던 그 때의 저를-
마리아님께서는 알고 계셨을까요?
몇 년 후의 제 모습을?

삶은 놀라운 일들로 가득하다는 것을 살아가면서 거듭 느낍니다.
참, 좋으네요... ^---^








by 아이 | 2010/05/03 01:36 | ㄴCatholic holic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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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飛流 at 2010/05/03 01:52
예수님은 그 사랑하라에 무작정이 아니라 단서를 붙이시죠.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원수를 사랑하고 자신을 채찍질하고 십자가에 못박았던 자들마저 용서하시고 사랑하신 것처럼 우리도 사랑하라고 하시니 참 어렵지만 그걸 가야하니 절로 고롱고롱 소리가 납니다.

그래도 가야죠 뭐 =ㅂ=

화목제란 아마도 희생제물을 말하는 것 같네요~_~ 오늘 저희 성가대는 만유의 하느님이라는 특송을 불렀어요. 짧고 굵은 특송이었는데 잘 불렀던 것 같네요. ^^
Commented by 아이 at 2010/05/03 02:09
아, 맞아요 맞아.
사랑하는 자들아, 서로 사랑하라.. 어찌 생각하믄 참 눈물나요.
ㅎㅎㅎ

어제- 아니다 12시 지났으니 그제 성모의 밤엔 여러 곡을 불렀었는데...
가정의 달 5월, 성모성월 5월. 참 좋은 달이예요 ^-^

飛流님 성당의 특송도 궁금해지네요^^
Commented by Xeon at 2010/05/03 01:54
아이님 보면 정말 신앙과 희망에 가득차신 분 같아요'ㅂ'!
Commented by 아이 at 2010/05/03 02:09
으으음;;;;;;;;;;;; 그렇게 봐 주시니 감사하지만 말만 앞서는 사람이라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10/05/03 07:49
서로 사랑하면 우리 안에 하느님이 계신다는 말씀, 정말 동감합니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내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고 내 나라 사람들을 사랑하고 세상 모든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는 하루하루 되도록 저도 노력할께요.
5월에는 많이 바빠지시는 모양이시네요. 바쁜 하루하루 속에서도 항상 주님이 아이님을 지켜주실 것을 믿어요~~~
Commented by 아이 at 2010/05/04 11:23
네 5월은 가정의 달, 네비아찌님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즐거운 5월 되시길 바랍니다^^
Commented by VitaBrevis at 2010/05/03 16:56
흠, 아직 고향에서 지내시는지요.

천주교신자 관점에서 죄많은 냉담자라 쓰신 글에는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ㅜㅜ 언젠가 진심으로 '내 탓이요, 내 탓이요...'할 수 있을 때까지는요.
요새 '죄가 뭔 죄가 있겠습니까, 죄지은 놈이 나쁜 놈이지요'하며 삽니다. 휴~
Commented by 아이 at 2010/05/04 11:24
서울에 와 있긴 한데 이번 주에 지방에 일이 있어 또 내려가네요.

저도 냉담의 시기가 있지만, 결국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정해져 있더라구요.
행복과 평화를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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