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습니까 - 김성호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것은 언제였더라? 잘 기억나진 않지만 국민학교 다니던(그렇다 난 초등학교 세대가 아닌 국민학교를 나온 사람이고, 급식이 아닌 도시락 세대다;) 때였다. 늘 동요 테이프를 들었었는데, 한 라디오 프로그램이였나 음반 가게에서 이 곡을 듣고 홀딱 반해서 용돈을 모아 김성호 2집 카세트 테이프를 샀었다.
당시 좋아했던 노래는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4학년땐가 5학년 때 발렌타인 시즌에 이미 작년 겨울에 죽은 가수라는 사실을 처음 알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학교로 향하는 셔틀 버스 안에서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었다.) 그리고 HAM이랑(누가 불렀더라?) 이젠 안녕, 그리고 김광진의 편지와, 또... 너무 많은 좋은 노래들이 떠오른다.
신승훈의 노래 악보를 (지금은 폐간된) 댕기에서 오려서 코팅을 해서 가지고 다녔었고, 중학교 땐 메탈이랑 일본 비쥬얼 락에 빠져서 남학교 앞에서 하교하는 학생을 기다려서 섹스피스톨즈의 씨디를 중고로 구입했던 기억도 난다.
90년대를 보내면서 7,80년대를 부러워하고 아쉬워 했었다. 사촌언니들을 보면서 내가 조금만 더 크면 언니들과 함께 재미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줄 알았지. 하지만 내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언니들은 대학생이 되었고, 내가 입시를 끝낸 후엔 언니들은 이미 직장인이였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90년대도 참 정겹고 따스하고 아름다웠다. 삐삐나 사서함에 녹음된 음성 메시지를 확인하려고 길게 늘어서 있던 줄. 좋아하는 사람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그 집에 전화를 했다가도 두세번 벨이 울리면 상대방이 받을까봐 끊어버리기도 했고 (요즘은 발신자가 뜨니까 이런 짓은 할 수 없......orz), 펜팔도 많이 했고 동아리 활동도 즐거웠다.
남 몰래 하는 사랑, 연모 흠모.. 그런 것들이 90년대에는 남아 있었다.
좋아하는 선생님을 위해 주번보다도 일찍 나와서 선생님 책상에 꽃이나 편지를 가져다 놓는다던가, 잘 모르는 (이게 중요하다-_-; 요즘처럼 상대방의 싸이월드며 이런 저런 것들이 추적 가능하다면 상대방의 중2병이나 찌질함을 싫어도 알게 되어 환상을 키울 수가 없는 시대에는.. 로맨스에 대한 판타지는 사그러든다 ㅠㅠ) 옆 학교 남학생이나 교류하는 동아리 서클 친구에 대해 상상하고, 편지를 쓰고 두근거리던.. 뭐 그런 마음이나 행동들. 유치하고 찌질해 보인다며 비웃을지 몰라도 그 시절 그 당시엔 참 모두에게 소중하고 따뜻한 기억이고 추억이였다.
김성호씨의 노래들 중에서 사실 제일 좋아했던 것은 회상이였다. 지금 곱씹어보면 너무 유치하고 촌스러운 감성인 것 같기도 한 가사들이지만, 그 멜로디와 함께 휘말려 있는 마음들은 너무나 진득하게 심장에 달라 붙는다. 어리고 어리던 날에, 이런 노래를 흥얼거리며 즐겨불렀었다.
(양수경씨의 사랑은 창 밖에 빗물 같아요, 라는 노래를 부르다가- 사촌언니한테 콩알만 한게 그런 노랠 부르냐고 그런 소릴 듣기도 했었는데..초딩시절이였지?; 요즘 어린 아이들이 선정적인 가사의 노래에 맞춰 그 조그마한 몸을 섹시하게 비틀어 대는 것을 보면 그 생각이 난다. 좋고 싫고를 떠나 참 깜찍해보이기도 하고, 이상하게 입맛이 씁쓰름하기도 하고..)
조숙한 아이였는지도 모른다. 남들은 중학교때 듣는 라디오 방송 (별밤, 깊은 밤 짧은 노래..였나 00 곳에 였나.. 000의 영화음악)들은 초등학교 시절에 다 뗏다.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어른들의 사랑과 이별과 눈물을 궁금해 했었고 중학생 때는 이해도 못 하면서 프로이트 입문 같은 서적을 매일 몇 페이지고 읽었었다.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자신에게 어떤 수준을 요구했던 어린 시절인 것 같다. 하지만 감성은 그 시절 그 투박하던 소소한 감성들을 참 좋아했다. 포근하고 따뜻한 마음들은 각자 개개인만의 것이였고, 다른 누군가에게 들킬새라 우리는 모두들 제 사춘기 시절을 작은 노트나 일기장에 숨기고 다녔었다.
얼마 전 노래방에서 친구와 노래를 부르며 우리가 좋아하는 8,90년대 가요들을 불렀다. 화면에는 이미 세상을 떠난 배우들의 얼굴이 뮤직비디오로 나왔고, 우리는 지금은 거의 사라진 어떤 감성들을 그리워 하며 노래를 불렀다. 김성호의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습니까,를 부르고서- 요즘엔 이런 마음들은 비웃음 당하기 십상이지? 그러면서 조그맣게 웃었다.
사랑이란 말이, 점 점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요즘이기에 나는 그녀를 감히 사랑한다고 말하기는 싫었어.. 하지만 밤새워 걸어봐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보다 더 적당한 말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사랑을 하는 사람은 친구들에게 바보라고 불릴 거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리운 90년대. 온라인과 미디어의 범람으로 사람들은 누군가를 비웃고, 연애나 결혼을 현실적으로 약게 생각하고, 그게 당연하다 믿고. 하지만 순애보는. 바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하면 당연히 겪게되는 일들임을, 사람들은 잊어버린 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그냥 그렇게 보일 뿐이지. 어딘가에서는 아직 어리고 젊은 남녀가 서로 밤을 지새워가며 통화를 하고, 만나지 못하는 현실에 맘 아파하며 그리워하고 그렇게 사랑은 이어지고 흐르고 있다는 것을 믿고 싶다.
참, 그리운 90년대의 감성들. 나는 어쩌면- 아직도 그 시대에 발 하나를 걸쳐놓고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김성호 - 회상
아 근데 89년 노래인데 왜 원빈이 뮤비에....orz 그나저나 국민학교 2학년때 나온 노래를 아직도 기억하는 나도 참-_-;
가사들이 참 곱고 아프다.8,90년대의 한국 가요들은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자꾸 자꾸 불러보게 된다. 이런 좋은 노래들을 모르고 큰 요즘 아이들이 조금 안쓰럽다. 아무리 물질적인 풍요로 가득찬 세상이라지만, 마음의 풍요는 오히려 예전이 더- 가득한 것처럼 보이니까.
행복은, 그 잘난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하던 노래도 참 좋아했었는데. 여전히, 아니 더 각박해진 세상 인심과 흉악한 범죄들, 경쟁으로 내몰리는 사람들. 그리고 힘들어 하는 나와 친구들, 모두에게 그 옛날의 가요를 틀어주고 불러주며 위로를 건네고 싶다.
ps. 좋아하는 옛날 노래 어떤 게 있으신가요? 혹시 있으시면 리플로 달아주세요^^ 전 노영심의 별 걸 다 기억하는 남자도 참 좋아했었는데 유튜브엔 [그리움만 쌓이네]만 있더라구요ㅠㅠ 물론 그 노래도 엄청 좋아하지만!!;; 왠지 아쉬워서 노래방에서 불러서 유튜브에 올려버렸습니다-_-;
한국 가요도 그렇지만 외국 곡들도 불후의 명작 참 많은데..ㅠㅠ 아흙;
요즘 노래들은 세련되고 신나고 예쁘고 아가지가하고 리드미컬하기도 하고.. 그럴진 몰라도 예전 같은 맛은 없네요. 참 단순하다는 느낌만 들더라구요, 사랑노래도 이별노래도 자신의 감정을 극대화시켜서 강요하는 것처럼 되뇌이는 기분? 예전의 잔잔하던 노래 가사나 멜로디, 리듬이 그립지만 왠자 요즘에 그런 걸 노래하면 바보 취급 당할 것 같은 분위기라서..
화가 김성호님의 대동강의 아침. 출처 - http://cafe.daum.net/ggcosmatic/AKdv/8
ps2. 요즘 음악들이 키치적인 팝아트 그림이라면, 옛날 노래들은 먼먼 풍경화나 인물화 같은 느낌이다. 멀리서 아득하게 바라보게 되고 자꾸 자꾸 뒤돌아보게되는 어떤 풍경. 사람 마음 안에 있는, 누구나 하나쯤은 품고 있는 그리운 장소 같은 느낌.
요즘 노래가 그냥 음악이라면 그 시절 그 때 음악은 티오ㅍ...으음?:?!! ;;-_-
ps3. 나의 더러운 것, 이라던가 천사 같은- 수식어는 요즘 들으면 나도 손발이 오글오글 하긴하지만;; 그 맛에 듣고 부르는 게 아닐까 싶다^^ 저 시절엔 저 가사들이 구구절절 진득한 진심이였거니 생각하면 귀엽기도 하고 웃음도 나고.. 좋다, 옛노래.
저 노래들도 그 땐 유행가였고, 그들도 아이돌 같은 존재였는데.. (키가 무척 크던 농구스타 ㅎ씨는 아이아빠가 되신지 오래고, 담다디를 부르던 이상은씨는 ... 그 땐 몰랐지, 모두가 이렇게 변하고 나이 들 거라는 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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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아이 | 2010/07/17 10:45 | My Favorite | 트랙백(2) | 덧글(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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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펴고, 여유를 가지고, 웃으면서 조근조근.
감사하며 먹고 사는 이야기.
by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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