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는 걸.


안 좋은 이야길 털어놓고 싶어 들어왔다가 맘을 고쳐먹고 다시 씁니다.

사실 인간관계에서 안 좋은 일이야 그냥 지나가면 잊혀지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 담아두고 기록하고 속상해하면 그게 바보인거라고 생각해요.

얼마 전에 이런 이야길 들었어요, 인생은 용서와 잊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구요.
life is forgive and forget.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용서하고 용서 받고 잊고 잊혀지는 것들의 연속이요.

많이 아팠을 때, 선생님들이 걱정 많이 해 주셨었어요.
아프기 전엔 학교 문제로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속 상했었구요.
근데 그런 것들 다 아신다는 것처럼 다정하게 대해주시구, 아팠을 땐 달링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두 분 다 아줌마 선생님이신데 절 마치 아기 보듯 보시면서 달링이라고 불러주시니 왠지 기분이.. 제가 어려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참 감사했어요.
사실 여기 오기 전엔 현지인 선생님들에 대한 기대가 참 컸는데 와서 보니 수업은 스리랑카 선생님들이 훨씬 잘 하셔서 제 스스로의 편견에 대해서도 많이 반성했어요. 현지인 네이티브 스피커라고 당연히 표준어를 쓰고 발음이 좋을 거란 생각은 일종의 편견이랄까.. 그것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 같아요. 발음은 어째 독일 선생님이 젤 깨끗하시고 수업 진행은 스리랑카 선생님이 젤 맘에 드는 아이러니한 =ㅂ= 상황~ 물론 영국인 선생님들도 좋으신 분들이시지만... 으음;; 좀 그래요;


산다는 것이 어려운 건 욕심이 많기 때문이겠지요?
하고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이 많아서- 그래서 힘든 거겠죠?
다 내려놓고 쉴 수 있으면 좋을텐데, 어릴 땐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던 것들이 지금은 다 그냥 짐처럼 느껴지는 것들이 된 것 같아요.

누군가를 좋아할 때 그냥 내가 받는 것 하나 없이 주기만해도 너무 행복하고 좋은 그런 기분을 또 언제 느낄 날이 올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런 건 다 욕심이다- 하는 생각이 들기두 하구 그래요. 그냥 인생 목표는 내 앞가림 하는 사람.

하고싶은 이야기도 아직 많고, 경험한 것만큼이나 아직 해 보고 싶은 것도 많고.
나이는 벌써 애 두셋 낳았을 나인데 하는 짓은 애 같고, 오지랖 넓은 아줌마 같을 때도 있고.

집에서 새는 쪽박 밖에서도 샌다고 저는 여기 와서도 새 고민들로 잠을 못 이루기도 하고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게 어려워서 걱정하기도 해요. 한 번도 내가 먼저 누군가와 친해지려고 애써본 적이 없어서; 늘 그냥 친구란 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거라고 생각해서...;;

으음;;
그냥.. 아프다는 걸 핑계 삼아 사람들에게 너무 막 대한 것 같기도 하고
여리디 여린 울 룸메 언니한테도 내가 너무 심했던 것 같고
예전 룸메 동생하고도 거리감이 무진장 느껴져서 맘이 힘들어요.
뭐 이러다 말겠죠? 공부 하러 왔으니까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만큼 늘어서 가면 되는 걸텐데 맘 속엔 공부보다 사심이 가득합니다.
그냥... 집중이 잘 안 되요 한 가지에;

많은 것들이 아득 하게 느껴져요. 갑자기 예전 생각도 불쑥 불쑥 나기두 하구요.
예전에 같이 방송 진행했던 친구는 결혼했다고 했었는데 대전에서 잘 지내려나, 내가 관뒀던 회사들은 아직 그 자리에서 잘 돌아가고 있으려나 (떼 드신 제 임금은 살림에 보태쓰세...요라고 하기엔 제가 너무 쪼달리는!! ㅠㅠ) 예전에 친했던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잘 살고 있겠지 등등등;;

욕심을 부린다는 건 무언가를 가지려고 노력하거나 버리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내 것, 타고난 나의 것이라면 이렇게 힘들지 않을텐데 너무 헛된 욕심을 부리거나 미련이 많거나 그런 것 같아요.

무언가를, 세상을, 혹은 누군가를 바꾸려고 노력해본 적 있나요?.
전 어릴 때 그랬어요. 많은 것들이 너무 억울하고 부조리하고 불합리해 보였고, 내가 나서서 고치지는 못 해도 그래도 나 하나로도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믿었었어요. 다치기도 했고 실수도 실패도 잦았었죠.
그렇게 커가면서 깨닫게 되요.

진정으로 바꿀 수 있는 건 나 스스로 뿐이고, 내 스스로조차도 바뀌었구나 생각하는 순간 그대로 되돌아오더라는 걸요.

지금 포스팅만 봐도;
요즘 자주 접속 못 하니까 유용한 정보 같은 것만 올리자고 맘 먹은지 얼마 됐다고 또 찡찡거리고 있는건지.. 싶어요;

턱을 괴고 바람이 부는 창가에 앉아서 혼자 바닷 바람과 풍경을 즐기는 시간들은 꿈 꾸지 않았던 사치예요.
별이 빛나는 밤하늘과 공작 깃털 같은 야자수 잎을 바라보며 즐기는 수영도 마찬가지구요.
아름다운 많은 것들에 감사하다가도 어느 순간 텅 빈 마음이 느껴져서 우울해하곤 합니다.
삶에 무언가 목적이나 희망, 바라는 것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르겠어요, 제가 찾으려고 애쓰던 것들이 언제 어디서 잠이 들어버렸는지요.

여기 오기 전에 몇 년간 보지못한 친했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었어요. 정리하고 사과하고 싶어서요.
근데 그냥 이런 말을 들었어요. 열정이 가득하던 네 모습은 어디 갔냐구요.
글쎄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내가 좋아하던 일들, 내가 좋아하던 것들 전부 어디로 가 버린 걸까요, 아님 제가 달라져 온 걸까요?

사랑하는 것이 사랑받는 것보다 익숙한 사람입니다, 저는.
늘 무언가를 열심히 쫓아 다니면서 즐거워했고, 누가 날 좋아하는 것보다 내가 누굴 좋아하는 게 더 행복한 사람이예요.
근데 요즘은 글쎄요, 많이 지쳤어요. 삶은 무언가를 발견하고 또 발전하고 나아가는 충실한 매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냥 그저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족한 것이 되었어요.
나는 그냥...
...

그냥 많이 지쳤어요.

여길 온 것도 그냥 도피일지도 몰라요.
나 정말 서울의 겨울은 지긋지긋하니까, 더 이상 혼자서 끙끙 앓는 시간들은 무서우니까.
하지만 도망쳐서 다다른 곳에 천국은 없어요.

웃으면서 출발하진 못 했어요, 하지만 가능하다면 웃으면서 돌아가고 싶어요.
아득한 나라에서 나는 많은 것을 그리워 하고 있어요.
하지만 알고 있어요, 난 돌아가서 또 지금 이 곳의 풍경을 그리워 하리라는 것을.

짠 내음 가득한 바닷 바람과 저 너머 아득히 펼쳐진 끝없는 진녹색의 야자수 나무들.
길을 걸으면 들려오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너무나 아름다운 눈을 가진 귀여운 이 곳 아이들.
저녁 무렵이면 마을 어귀에서 맡을 수 있는 이 나라 특유의 밥 짓는 냄새.
쉐프랑 잭 코디 아저씨의 환히 웃는, 혹은 수줍게 웃으시는 얼굴들.
예쁜 언니네 가게서 사 마시던 킹코코넛.
잠 못 들어 혼자 거닐던 학교의 이 곳 저 곳.
내가 부러워 하고 또 부러워 하던, 서로 친한 사람들의 무리.
밥 먹던 식당. 거기서 바라보던 바닷가. 차 향기. 햇살 내음. 그리고..

...
많은 것들을 나는,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은 건지도 몰라요.
언제나 나는 내가 있는, 내가 머무는 곳의 풍경을 사랑했어요. 황량하면 황량한대로, 찬란하고 알록달록하면 또 그것 그대로-
사람이 살아가는 곳의 풍경은, 다 제각각의 향기를 가진 사랑스러운 것들인걸요.

나는 언제쯤 죽게 될까요, 나는 언제쯤 돌아가게 될까요, 내 자리로.
이 많은 사랑스러운 것들을 껴안고 오늘 밤도 잠이 듭니다.

아무 것도 바꿀 수 없었어요.
혼자서 좋아하다가 혼자서 아파하다가 혼자서 이제 두 번 다시 아무 것도 마음에 들여놓지 않겠다고, 후회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
나는 결국, 아무 것도 바꿀 수 없었어요.

그래요 나 자신조차도.





공부해야지, 이럴 때가 아니지.
나 공부하러와서 너무 딴 짓 하는 것 같다.
어느 날은 정말 너무 공부만 해서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픈 날도 있고, 오늘은...

...

그냥.
혼자 외로운 금요일 밤이라서.
놀고 싶은데 놀 친구가 없는 외로운 은따라서 :)

친구 만드는 건 너무 어려워; 공부 열심히 해야지;;





by 아이 | 2010/11/06 03:18 | girl talk (18세 소녀감성) | 트랙백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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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Wind at 2010/11/06 03:42
놀고 싶을 때는 놀면 됩니다.(이건 뭐 ㅈㅅ일보도 아니고...)
Commented by 아이 at 2010/11/07 16:55
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 ㅎㅎ
Commented at 2010/11/06 04:0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10/11/07 16:58
와.. 너무 감사해요. 스무 살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을 전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문제가 클수록 기회도 크다는 말도 정말 크게 와 닿아요.
여기 와서 많이 생각했었거든요.
내가 여기서만 잘 할 수 있어도 세계 어딜 가서도 제대로 할 수 있을 거라구요.

이제 남은 시간들을 얼마나 알차게 보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 벌써 이 곳을 떠날 생각을하면 참 아쉬워진답니다. 많은 아름다운 풍경들과 좋은 사람들.

하루 하루가 너무 소중하게 느껴지고, 왠지 모르게 스스로를 재촉하게되고.. 그러네요.

좋은 말씀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 000000님도 건강하시길 바래요 :)
Commented by Xeon at 2010/11/06 04:08
그래도 열공모드 아이님 화이팅입니다'ㅅ'!
Commented by 아이 at 2010/11/07 17:00
으앙 주말에 계속 놀기만 했는데;; 공부 할께요;ㅁ;/
Commented at 2010/11/06 07:0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10/11/07 17:03
맞아요, 울고 웃는 시간들도 언젠가는 다 지나가고 남는 것은 오롯이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겠지요.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빨간그림자 at 2010/11/06 07:25
푹 쉬고, 푹 놀고, 공부는 쉬엄쉬엄하시고... ^^
행복한 기억만 잔뜩 만들어 오셔도 성공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님이 너무 성실하셔서 그래요. 모범생임, 흥흥!
Commented by 아이 at 2010/11/07 17:04
우와 빨간 그림자님 넘 오랫만이예요! 건강히 잘 계시지요?
행복한 기억들은 지금도 참 많아서 양 손에 가득 버거울 지경예요^^ ㅎㅎ
모범생.. 우등생과는 다르다는 그 모범생!!!

ㅋㅋ 감사합니다 덕분에 이 나이에 범생이도 되어보네요>.<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10/11/06 10:06
저도 놀고 싶을 때는 놀아야 한다는 데 동감이에요~~~
이번 주말에는 책은 딱 덮어 놓고 즐겁게 놀기만 하시면 어떨까요?
놀면서 또 다른 학생분들이랑 친해지시기도 하시고요.
사람이 서로 친해진다는게 내가 저사람이랑 친해져야지 하고 다가가서 친해지는 것도 있지만
그냥 어울리다 보니 어느 새 친해졌더라 하는 것도 있잖아요.
아이님 착하고 열정적인 마음들, 꼭 빛나는 결과 가지고 돌아올거에요.
그러니 오늘 하루도 파이팅!!!
Commented by 아이 at 2010/11/07 17:05
맞아요 친해지고 싶어하는 거랑은 다르게.. 어울리다 친해지는 게 진짜라고 생각해요.
사실 이 글 사람들 노는 데 못 끼어서 혼자 부러워 하다 쓴 부끄 부끄 글인데 많이들 위로(?;)하고 격려해주셔서 더 민망해졌어요^^;;;
열심히 해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갈께요, 파이팅!!!

>.<
Commented by AHYUNN at 2010/11/06 14:20
제가 살아봐서 겪어보니
머릿속이 복잡해서는 사는 세월도 만들어내는 결과물도
진흙탕 결과로 나오더랍니다. 머릿속은 깨끗해야하며 마음은 빛나야합죠.
Commented by 아이 at 2010/11/07 17:06
옹;;;;;;;;;;; 심오한 경험담이네요!
맑은 정신, 깨끗한 생각 가지고 살아야겠습니다.
아코 머릿 속이 넘 실타래 투성이여요;;
Commented by fendee at 2010/11/06 14:45
제가 anex 님을 잘 아는것은 아니지만, 몇마디 적어보려 합니다.
번뇌는 욕심과 집착에서 생깁니다. 하고싶은게 많고, 하고자 하는게 많고, 고집이 많고, 자기 주관이 뚜렷할수록, 자기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세상에 불만이 많아지게 되는 것이지요.
주관이 뚜렷하게 사는 것은 중요하지만, 세상을 자신의 판단기준에 맞추려고 하면 세상이 불편하게 보일 뿐입니다.
'사랑' 의 가장 중요한 것이 상대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하잖아요?
어떤 상황에 접했을때, 자신이 힘을쓰면 고칠 수 있는 것이라 여겨질때는 고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지만, 힘들다면 받아들이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지 않나 싶습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마음가짐.
세상의 모든 것들은 '옳다', '그르다' 로 판단 내릴 수 없는 미묘하고 복잡한 관계로 얽혀 있습니다.
그 중에서 부정적인 면들만을 부각시키면, 그것들은 한없이 부정적인 것들로만 보이게 되고, 긍정적인 면들을 보게 되면 이해도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받아드릴 수 있는 포용력도 생기는 것이라 생각되는군요.
Commented by 아이 at 2010/11/07 17:07
긍정은 나의 힘이라고 할 정도로 긍정적인 성격이였는데
여기 와서 많은 사람들의 의견과 생각에 치이다 보니 진짜 제 생각이 뭔지도 헷갈리게 된 것 같아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새기고 살아야 하는데 좋은 것들은 왜 이리 쉽게 잊어버리게 될까요;
Commented at 2010/11/06 15:5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10/11/07 17:08
악 맞아요! 그냥 견디기만 해도!!!

아 근데 뭔가 찡찡 포스팅 써서 민폐라고 또 고민하고 있었는데 다들 너무 좋은 이야기만 해 주셔서 완전 힘나고 좋아요 감사해요ㅠㄱㅠ;; 헤헤 기운 많이 얻었어요, 쉬업 쉬업 천천히 가 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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