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어학연수 중이라면, 세보아도 좋을 것들.


내가 이 곳에 온지도 벌써 80일이 넘었다. 연수 기간 중 절반이 지난셈이다.
초기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기도 했고, 원인 모를 병에 시달리기도 했다.
얼마 전 다이어리를 정리하면서 보니 한 달에 평균 10회 가까이 울었더라;-_-; 이유야 제각각이지만. 암튼.

가끔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
어학 연수를 위해 해외에 나와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 번쯤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비슷한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아도 좋을 것 같다.

하루에 외국어로 말하고, 듣고, 읽고, 쓰는 시간이 총 몇 시간 정도 되는지.
하루에 모국어로 말하고, 듣고, 읽고, 쓰는 시간이 총 몇 시간 정도 되는지.
그리고 그 두 가지 중 어느 쪽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지 비교해 본 적은 있는지.

사람이 해외에서 살다보면 외롭고 힘들기 마련인데, 내가 왜 이 곳에 왔는지. 무얼 하기 위해 여기에 머무르고 있는지 잊기 쉽다.
살다보면 자신이 원하고 이루고픈 것들을 위해 포기해야할 일들이 있는데, 무엇을 포기해야하고 무엇을 계속 가지고 가야하는지- 잊고 있지는 않은지.

이 곳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열악한 교육환경보다도 내 스스로의 마음을 컨트롤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여러 학생들이 그룹을 형성해서 이 곳 저 곳 놀러도 다니고 (이 나라는 솔직히 여행지로 강추지만 영어공부로는..ㅠㅠ)
자기들의 시간을 충분히 즐기고, 많은 좋은 경험들을 쌓는 것 같아서 무척 부러웠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나는 목표도, 영어 실력도, 나이도, 가정 형편도- 많은 것이 다른데;
왜 자꾸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면서 우울해했었는지.

내가 노트북이 없긴 하지만 필요하다면 컴퓨터실을 사용할 수 있고,
비록 다른 학생들이 모두 한국어를 쓴다고 해도 나 혼자만이라도 영어를 쓰려고 노력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해서 소외감을 느낀다면 한국에 돌아가서 내가 친구들과 가족들 앞에서 내가 이 곳에서 무엇을 하고 돌아왔노라,하고 어떤 표정으로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땀 흘려 번 돈과, 부모님께 손을 벌려 빌린 돈으로 이 곳에 와서-
공부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 속에서도 게으름을 피우는 것은 이 곳에 오기까지의 과정들의 나 자신과 모두에게 미안한 일이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지고 싶다.
남과 비교해서 남들보다 조금 더 잘 하려고 애쓰지 않고,
어제의 나와 견주어 그 전보다 조금 더 나아가면 된다고 스스로를 토닥여주자.

내가 내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느끼고, 더 나아가려 노력한다면
그것이 바로 도전이다.

나는 내게 도전하기 위해 이 곳에 온 것이지, 다른 것들을 위해 여기에 머무르는 게 아니다.
잊지말자.
잊었다면, 다시 생각해내자.

내가 나 자신의 한계라는 벽 너머의 세상을 보고 올 수 있을 때, 나는 조금 더 나를 좋아하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쯤엔, 어쩌면. 자신감이라는 보이지 않는 능력을 내 스스로에게 채색할 수 있을거야. 




어제 7교시 선생님이 퇴직, 아니 해고되셨다.
7교시는 특별 수업으로 특별히 스피킹 위주의 수업이였는데 처음엔 10명을 유지하던 학생 수가 점차 줄다가 나중에는 나랑 선생님 단 둘이서만 수업을 하기도 했었다. 내가 그 수업을 한 번도 빠지지 않은 것은 그 선생님이 발음이 좋아서도, 문법을 잘 알아서도, 잘 가르쳐서도 아니다. 교육에 대한 열정이 있고, 그 선생님 수업시간에는 영어를 많이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선생님은 늘 수업시간마다 큰 목소리로 당당하게 말하라고, 그리고 제발 모국어 대신 영어를 사용하라고 하셨었다.
너희들이 지금 6개월을 고생하면 앞으로 6년, 60년이 편안할텐데 왜 이 곳까지 와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느냐고.
학생의 일은 공부인데 너넨 왜 성실하게 일하지 않느냐고, 놀러온 것이 아닌데 왜 놀고 있냐고.
그런 이야기들로 계속 자극을 주셔서, 난 그 수업이 그런 점에서 마음에 들었었다.

이젠 들을 수 없지만, 뭐..

이 나라에 영어를 배우러 온 것은, 마치 일본어를 배우러 한국이나 중국에 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스리랑카는 영국의 식민지였지만 영어가 이 나라 공용어는 아니다.
새벽에 도서관에 가면 아침마다 노트북으로 필리핀 사람들과 전화영어 하는 학생들을 보는데, 참 기분이 묘하다.
나는 노트북도 없고 다른 드라마나 리스닝 교재 활용할 방법이 없어서 나만 뒤쳐지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
수업 시간에 빈 자리들을 보며 다른 친구들은 셀프 스터디를 한다던데 뭘 하느라 수업에 안 들어오는 걸까하는 생각.
아카데미 레벨의 아이엘츠 리딩 수업을 들으면서 느끼는 스스로의 실력에 대한 자괴감.

일본에서 일하면서 어학교에 다닐 때는 한국어를 쓸 일이 거의 없어서, 모국어가 그리워 인터넷 접속을 자주 하곤 했었다.
이 곳에서는 영어로 대화를 나눌 사람을 찾기가 힘들어서 정말 7교시 선생님의 이야기대로 거울 속의 스스로를 보면서 영어로 지껄이기도 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내가 드디어 미쳐가는구나;;)
... 선생님이 이 곳 학생들에게 영어를 쓰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면 다들 다른 사람 핑계를 댄다고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들 한국어로 이야기 나누는데 나 혼자 영어를 쓰기가 힘들어서, 난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때 속으로 그 말들을 영어로 옮겨보곤 한다. 요즘은 그것도 많이 잊어버리고 이야기 나누곤 하지만;

이 곳에 온지 80일. 남은 기간도 딱 그 정도다.
내가 남은 기간 동안 성실하게 공부해서 6.5 이상의 점수를 얻을 수 있을까?
남은 시간 동안 부지런하게 운동해서 내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 곳에 머무는 동안, 주변을 정돈하고 물건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서 내 습관을 고칠 수 있을까?

내 시간들에 대한 평가에 대해, 어떤 핑계도 댈 수 있지만-
내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내가 무엇을 했는지, 어떤 생각을 하며 무엇을 꿈꾸며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지독하게 외로웠던 시간들이 지나고 나서, 무언가 굳어진 부분을 내 안에서 발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언어는 즐기면서 익히는 거라고 믿고 있다, 여전히.
달라진 사실은 아무 것도 없다.
내가 조금만 생각을 바꾸고 조금만 습관을 고칠 뿐이다.

beyond myself.

ps. 마치 내가 완전 열공하는 것처럼 써서 민망하긴 하지만 (정말 열공모드라면 한국어 페이지가 있는 웹사이트마저 멀리해야 할 것을!!) 잊지 않고 싶다. 매일 매일의 내 다짐들을. 파이팅!!!






by 아이 | 2010/11/30 17:55 | ㄴ외국어 공부 연습장 (E,日)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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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0/11/30 18:4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10/12/05 14:47
앙 고마워 횽아;ㅁ;/
부산이라니 좋겠네!!!!! 바다바다바다!!!
담 주쯤 보내려는데 계속 거기 있는 거지? 카드 보낼거야~!!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10/11/30 20:53
시편에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사람은 기쁨으로 곡식단을 거두어 돌아오리라는 말씀이 있지요.
아이님도 반드시 기쁨으로 곡식단을 거두실 날이 오실거에요.
저도 함께 기도할께요~
Commented by 아이 at 2010/12/05 14:47
정말 그렇게 믿고 싶어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ㅠㅠ 키다리아찌님!!!
저도 가족분들과 네비아찌님을 위해 기도할께요..
Commented by 트린드리야 at 2010/11/30 23:53
다른 분들 많이 말씀하셔서 말하기가 그랬다가... 이것저것 고려 많이 하시고, 자기 자신 뛰어넘으려고 노력하시니까 잘될 겁니다. 수고하세요.
Commented by 아이 at 2010/12/05 14:48
감사합니다 :) 너무 우울해한 것 같아 부끄럽네요;
잘 하고 돌아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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