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너무 이상해...


오늘 언니가 간다. 룸메 언니야가 밤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해외 취업이 결정되었는데 한국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열흘뿐이라 조카 보러 서둘러 한국에 간다.
몇 달 전부터 방도 따로 썼지만, 언니 와서 초기에는 같이 맨날 저녁마다 킹코코넛 사 마시러 나가구 같이 장 보고 그랬는데..
여행도 늘 언니랑만 다녔다. 생각해보니.
싸운 적도 있고, 생각해보면 내가 못 되게 군 적도 있는데 언니한테는 정말 많이 받은 것 같다.

언니 덕에 해 본 것도 많다. 돈 아까워서 안 받으려던 마사지도 언니가 꼬셔서.. ㅎㅎ 받아보고..

언니가 초기에 아플 땐 내가 늘 식판에다 밥 담아서 언니 갖다줬었는데, 그 땐 정말 하나도 귀찮거나 힘들지 않았었다;
뭐랄까; 울 언닌 내가 지켜줘야지! 하는 그런 의무감? 그런 맘에 더 씩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언니 조근 조근한 목소리랑 아기들 좋아하는 모습, 어떤 사람에게도 친절하게 대하고-
맨날 내가 주변에 남자애들이나 무례하고 나쁜 뚝뚝 기사들 땜에 막 화내면 맨날 옆에서 날 달랬었는데;;
오늘 아침엔 문득 언니가 천사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언니가 갈 때가 되서야 깨달은 것 같다.

나 언니 참 좋아했었구나.

조근 조근한 목소리.
웃는 모습. 착한 맘씨.
...

...
언니가 타롯 점도 봐주고 그랬는데. 히히.

아이, 언니 간다니까 괜히 짠하고 그러네.

여기서 마음 붙일 곳이 없었을 때 언니가 많이 의지가 되었다.
알게 모르게 나는 언니한테 많이 의지하고 있었나부다.
아침에 밥 먹으러 가거나 식사 시간엔 괜히 방문 두드려보고..(언니가 밥 먹으러 식당 잘 안 올라가서; 전에 깍두기 유리병에 담아다가 방에 둔 거 보고 엄청 웃었었는데 히히;;) 맨날 울 키티랑 키티 언니랑 심바 고양이들 밥 줄 때 언니네 방 앞에서 줘서.. 언니 방 문 열려 있고 커튼이 팔랑 팔랑 거리는 게 당연한 것 같았는데.

이제야 좀, 룸메가 떠나는 날 울적해하던 친구들의 기분을 알 것 같기도 하다.

어차피 나도 이 곳을 떠날테지만, 그러면 남은 사람들은 좀 서운할까?

아침 식사 시간마다 보는 반가운 얼굴들.
같이 수업 듣던 친구들.

이 곳을 떠나면,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사람을 만나고 정이 들고, 그 사람과 헤어지는 건 늘 마음 아픈 일이다.
왜냐면 정이 든다는 건, 누군가를 좋아하고 익숙해진다는건- 그 사람이 내 심장에 뿌리를 내리는 일이니까.
영영 두 번 다시 보지 않는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 누군가와 아무리 친해져도 그 사람 얼굴 한 번 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니까.

언젠가 또 언니랑 만나서 여행 갔던 이야기랑 우리 여기서 지내던 날들 이야기하면서 웃을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참 착하고 좋은, 이쁜 ㅈㄴㅍ언니.
조심해서 잘 가-!

하느님이 울 ㅈㄴㅍ언니 앞 날을 잘 지켜주시기를.. 기도해야지.

ps. 작년에 2기가 올 때, 새 룸메를 기다리면서 수영장에 밤에 달 아래서 혼자 기도하던 게 생각난다.
하느님 올해 제게 좋은 남친을 내려주시지 않으시려거든 좋은 룸메를 주세요.. 하고;
(뭔가 햇님달님 전래동화의 저를 살리시려거든 굵은 동앗줄을, 내치시려면 썩은 동아줄을 내려주소서도 아니고-_-;;)
ㅋㅋㅋ 언니한테 그 얘기하면서 무지 웃었었는데.

나보다도 더 소녀같고 여린 울 ㅈㄴㅍ언니. 어디서나 늘 건강히 잘 지냈으면 좋겠다. 언니 화이팅!
새 직장에서도 사람들이랑 잘 지내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길. 언니 안녕..;-;

한국 가기 전에 다른 곳에 언니랑 더 같이 여행 가려고 계획 짜고 있었는데.. 언니가 가 버린다니 기운이 빠져서 왠지 어디에도 가고 싶지 않아졌다. 혼자 다니는 거야 익숙하지만 그냥 늘 같이 다니던 언니 생각 많이 날 것 같아서.

40명에 가깝던 사람들이 거의 다 돌아가버리고 가는 사람들을 보내면서 맘이 아프다가도 하도 많이 보내서 이젠 뭐, 라고 생각했었는데.. 친하던 사람이 떠난다는 건 정말 허전한 일이구나. 맘 아프고.
내가 갈 때 다른 사람들이 덜 서운하면 좋겠다.
뭐.. 남은 사람들도 나 가고 나면 곧 떠날테지만.

마음이 허전하다.
울 언니, 웃으면서 보내야지.

파이팅! 힘내자!






by 아이 | 2011/02/12 23:20 | ㄴ日記 (2008~now)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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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Xeon at 2011/02/13 01:47
아쉬우신 듯;ㅅ;
Commented by 아이 at 2011/02/13 14:37
어제는 사실 슬펐어요 좀. ;-;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11/02/13 13:10
좋은 인연은 꼭 다시 이어진대요. 그 언니 또 만나 웃을 날이 올거에요~
Commented by 아이 at 2011/02/13 14:38
네 저도 그렇게 믿고 있어요! 언니 앞 길이 다 잘 됐음 좋겠어요. 너무 착한 사람이라.. 덜 상처받고 더 행복하면 좋겠어요 :)
Commented by 5thsun at 2011/02/13 15:05
돌아오고 나서도 꼭 만날 수 있을 거에요!
Commented by 아이 at 2011/02/13 15:52
그 언닌 2년 근무로 간건데.. 그러게요 그러면 좋겠어요. 의외로 시간은 빨리 흐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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