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강하니까 .


얼마 전 첫사랑을 드디어 잊기로 결심한 친구를 만났었어요.

첫사랑이라고 하면 거창하지만.. 10년 전쯤 처음 사귀었던 남자친구를 다시 만나서 일년 정도 사귀다가, 그 남자가 지방으로 공부한다고 내려가면서 자기도 같은 시기에 맞춰서 어학연수를 갔다가 돌아온 친구예요. 그 남자 쪽 형편이나 여러가지 조건이 친구네 부모님이 원하는 조건과 맞지 않아서, 다시 만나는 기간에도 힘들었다더군요. 헤어진 것도, 싫어서가 아니라 떨어져 있는 동안 자신이 경제적으로 자립해서 한 집안을 먹여살릴 수 있을 정도가 되어서 다시 만나야겠다 생각하고 헤어졌던 거래요.

"내가 굶는 한이 있어도 그 사람 옆에 있는 게 좋아. 그냥 내가 그 사람 몫만큼 벌면 되는 거잖아?
그냥 그 사람 옆에만 있어도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한데- 어떻게 잊을 수가 있어?"

전에도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글썽거리는 친구를 잊을 수가 없어요.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 연락을 거의 하지 않고 지내다가, 한국에 돌아와서 그 남자가 공부가 끝났을 때 즈음 연락했더니.. 벌써 다른 사람을 사귀고 있었다네요. 서로 기다리자고 약속한 건 아니지만, 죽을 때까지 사랑하겠다는 말 한 마디를 철썩같이 믿고 있던 친구가 바보같았어요.

그래요, 물론 사랑했던 시간, 좋았던 시간 많았을테지만.. 그건 한 순간일 뿐이였던거죠.
아무리 한 쪽이 노력한다고 해도 다른 한 쪽과의 감정의 무게가 맞지 않으면 힘든 거잖아요?
친구의 경우엔 집에서 결혼을 너무 독촉해서 맞선도 수십번 보고, 그걸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던 경우라서.. 아마 결혼할 준비가 아직 안 된 남자랑 만나면서 그 사람한테 자기가 너무 독촉하는 것 같다고도 이야기 했었는데.. 맘이 씁쓸해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면서 눈물을 주륵 주륵 흘리는 친구의 손을 잡고 그냥 등을 쓸어주는 것 밖엔 할 수가 없었어요.

비겁해요.
그렇게 다른 사람을 만날 거였다면, 기다릴 여지를 주지 말았어야죠.
미안하다, 다른 사람이 있다, 혹은 너를 더 이상 그만큼 사랑하지 않는다.
그런 이야기로 못을 박았더라면 그 친구가 기다린 일 년이 그만큼 힘들지는 않았을텐데 말예요.
우리가 열심히 말렸거든요.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구요. 그 사람이 먼저 연락 하지 않으면 너한테 관심 없는 거라구...

바보.

친구가 마지막으로 통화하면서 이런 말을 들었대요.
넌 강하니까. 또 금방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꺼야.
라구요.

누구를 위해 강해지려고 했던 걸까 하면서 눈물이 흠뻑 젖은 멍한 눈으로 중얼거리는데..

보는 제 맘이 너무 아팠어요.

그 친구가 정말 좋은 사람, 정말 자기 인연을 만나서 어서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누군가를 잊는 데는, 이별로 인한 마음의 상처에는 새로운 사랑이 명약이잖아요?
기운내라고, 힘내라고, 봄을 맞아서 분명 새로운 사랑이 너한테 생길 꺼라고 이야기 해 주고-
가느다래진 친구의 몸을 꼬옥 안아주고 핼쓱해진 얼굴을 토닥 토닥해주고 돌아왔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관계를 끝낼 때는 나쁜 역할을 맡을 각오를 하고 냉정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 이상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느끼고, 이제 두 번 다시 보지 말아야지 마음 먹었다면,
나쁜 놈년 소릴 들을 각오를 하고 차갑게 끊고 정리해야 한다구요.
그게 서로를 위해서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

어줍잖은 마음, 혹시라도 모르니까 하는 마음으로 상대방에게 희망을 주는 말 같은 걸 던져서 상대방의 시간과 마음을 어지럽히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너한테는 그냥 어설픈 헤어짐이나 장난이였을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건 사랑일지도 모르니까요.

봄이 다가오고 있어요.
모두의 마음에도 봄이 와서, 활짝 웃는 얼굴로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행복한 하루를 보내길 바랍니다.

그래요.
우리는 강하니까.
헤어지고 다치고 아파도, 다시 일어서고 낫고 회복해서 또 다른 인연의 싹을 틔울 수 있으니까요.




ps. 사람들은, 운명의 빨간 실로 누군가와 이어져 있다고 하지만..
어쩌면 그 실은 결혼을 할 배우자보다 먼저, 주변의 가족이나 친구 같은 소중한 인연들로 먼저 이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랑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물론 모든 것을 걸수는 있는 존재이긴 하지만, 제 친구의 경우엔 상대방이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에게 넘겨주기 너무 과분한 친구라구요!!! ㅠ_ㅠ 남녀 사이 이야기는 당사자들 밖에는 모르는 거라고 하지만..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생각할수록 속상해집니다. 아직도 그 친구는 그 사람이 너무 불쌍하고 안 되서- 운운하길래 10살 연하의 여대생과 사귀는 그 남자보다 지금 네 처지가 훨씬 더 불쌍한 거라고! 동정하지 말라고 막 막 이야기 해 줬어요! 누가 누굴 안타깝게 여기는 건지!! 그 사람이 부러워 할만큼 정말 좋은 사람 만나서 정말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제가 참 아끼는 소중한 친구의, 깨끗한 맘 정리를 응원합니다! 지금 힘들어하고 슬퍼하는 이별 앞의 모두들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응원의 뽑뽀..으음? -ㄱ-;
도망쳐! 기린군!!;;


...

아 근데..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솔로 생활 2년차인 내가 제일 위로 받아야 할 상대인지도? 으음? ㅠㅠ;;




인연의 실 짜 집기 중;;

친구야 올핸 너도 나도 정말 좋은 사람 만나자!!
ㅠㅠ/ 파이팅!!






by 아이 | 2011/03/07 22:30 | girl talk (18세 소녀감성) | 트랙백 | 덧글(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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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1/03/07 23:1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11/03/07 23:49
아...... ㅠ_ㅠ

사랑이란, 정말 마음 먹은 것처럼 되진 않는 거네요.

그 친구도 그랬거든요. 집안도 설득하려고 노력했고, 자립해서 경제적으로도 독립하려고 무지 애썼는데 그 몇 년의 과정이 이렇게 되어 버려서 참 속상해요.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그렇게 노력한 만큼 그 친구는 성장했고 또 성장한만큼,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분명히 00님도, 그 시간들이 힘드셨었고 또 잊는 과정도 아프셨겠지만 그 경험을 통해 많이 성숙되고 자라는 계기를 맞으셨을 거라고 믿어요.

다음에 누군가를 만날 때는 처음부터 너무 깊이 빠져서 상대에게 마음을 다 퍼주고 모든 이야기를 다 믿기보다는, 자신을 더 믿고 천천히 녹아드는 연애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봄이 다가옵니다.
파이팅!!이예요.

떠난 사람은 행복하게 잘 살라 떠나보내고, 혼자서 맞이하는 봄은 아마 그 사람이 나중에 무척이나 후회할 정도로- 스스로의 찬란한 인생의 꽃을 피우는 계절을 맞이해요!

맞아요.
아무렴요 ^---^!
Commented at 2011/03/07 23:4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11/03/07 23:51
첫사랑이라는 게 그런건 가봐 ^^;
차라리 아예 다시 시작 안 했으면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랬다면 미련이 남았을테니 이게 더 잘 된 일인 것 같기도 하고-

ㅎㅎ 그냥.. 꿈 같지. 첫사랑.
그래서 잘들 못 잊나봐. 스스로의 어린 시절이 담긴 환상 같은 존재라서.

올해는 더욱 더 잘 살려고!
횽아는 좋겠다, 이미 만나서!

^--^ 언니랑 같이 행복한 봄날 보내~ ♡
Commented by 5thsun at 2011/03/07 23:54
희망고문...

무섭죠.

그거.

그리고 고작 2년으로 제일 위로 받아야 할 사람이라니...

http://fifthsun5.egloos.com/2701964

http://fifthsun5.egloos.com/2728010

를 읽어보시죠.
Commented by 아이 at 2011/03/08 00:05
ㅋㅋ 누구에게나 자기 자신이 가장 잘나 보이고, 가장 불쌍해 보이는 법이니까요!
제일 위로받아야 할, 이란 뜻은 제일 안 됐다는 의미가 아니라
제 코가 석자-란 의미로 이야기 한 거였어요.

사실 가장 가엾은 사람은 아무도 사랑할 줄 모르고 자기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만요.

웃자고 하신 이야기에 진지하게 덤벼들어 죄송합니다>ㅂ<;;

...진지하게 하신 이야기라면...


더더욱 죄송합니다 ㅠㅠ;
Commented at 2011/03/08 00:0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11/03/08 00:06
백년 해로할 사람을요!
저희 어머니는 매년 새해 소원이 우리 딸 좋은 사람 만나고 시집 잘 가기!!! 랍니다-ㅂ-;

올해에는 어머니 소원 성취에 보탬이 되고 싶은데.. 노력해도 힘드네요. ㅎㅎ
Commented by jina at 2011/03/08 00:26
속상한 일이네요.. 희망고문이라는거...
애매모호하게 말을 하고 유학을 가고는,생일때나 잊을만 하면 가끔 전화 한통씩 하고..
사실 유학가고 나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어서 전 그나마 상처받지는 않았지만..
그사람의 태도가 기분이 나쁩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라던지 혹은 기다리라던지... 태도를 좀 분명히 했음 좋겠네요..
친구분 첫 사랑이신데.. 마음 많이 아프시겠어요..
첫사랑은 왜 아련한것 인지.. 가끔 생각이 나자나요...
헤어지고 나선 싹 잊혀졌음 좋겠는데.. 사람인지라...
맨인블랙처럼 부분 기억을 잊게 하는 먼가가 있음 참 좋겠어요..
첫사랑에 힘드신 분들 다 힘내세요..
오늘 처음 방문하게된, 아이님도 좋은 분 만나시길 바라구요..
Commented by 아이 at 2011/03/09 12:13
jina 님께도 그런 인연이 있군요.
과연 뭘 바라는 건지, 내가 상대방의 보험용 여자사람인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들- 나빠요!
그런 미적미적한 태도를 보이는사람들은 자기 좋을 때만 연락하는 것 같아서 ... 싫더라구요;-;

아마 시간이 지나면 다 좋아지겠죠.
이 일이 전화위복인지도 몰라요, 덕분에 그 친구 마음 정리는 잘 할 수 있게 됐으니까..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겠죠?

감사합니다, 지나님. 힘낼께요 저도!
Commented by Xeon at 2011/03/08 00:52
...ㅠ_ㅠ
다들 화이팅;ㅅ;
Commented by 아이 at 2011/03/09 12:13
;-;/
Commented at 2011/03/08 07:3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11/03/09 12:15
ㅎㅎ 아녜요, 0000님이 맞아요.
인연이 아닌 사람은 어서 보내줬어야 하는데 좋아한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되지 않는, 이어지지 않을 사람을 너무 붙들고 있던 건 아닌가 싶어요.

그 누구의 인정보다도 그냥 자기 자신과 상대방이 행복하면 그걸로 된 것 같아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
Commented by 그리고나 at 2011/03/08 09:32
사랑한다면....상대방이 기다릴 여지를 주지 않게 처신했다고해도
가슴아픈건 똑같습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11/03/09 12:16
알고있어요. 물론 상대방도 힘들었겠죠. 하지만 속상한 건 그 사이 새로운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이었어요.

그리고- 늘 생각하지만 더 사랑한 쪽이 더 아픈 것 같다고 생각해요. 속상하지만요.
Commented by 다크엘 at 2011/03/08 20:44
이별은 언제나 가슴 아프지요...에휴, 글고보니 저도 벌써 2년..아니 3년인가...orz
Commented by 아이 at 2011/03/09 12:17
ㅠ,ㅠ;; 힘내보아요. 연애 세포가 되살아나는 봄날 맞이해보아요;ㅅ;/
Commented by 다크엘 at 2011/03/09 12:26
진짜 그랬음 좋겠네요..에휴..
Commented by 청풍 at 2011/03/08 21:00
안생기더라구요...
Commented by 아이 at 2011/03/09 12:17
그..그렇죠?;=_=;
Commented by 늄늄시아 at 2011/03/08 21:12
아... ;ㅁ; 그 분 너무 안됬네요... 으으으..
Commented by 아이 at 2011/03/09 12:18
그렇지만 이걸 계기로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되길 바래요;-;
Commented at 2011/03/08 22:3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11/03/09 12:18
그 말이 정답이네요.
넌 강하니까, 가 아니라 덕분에 강해진다는 거요.

쓴웃음만 나는 이야기지만.. 강해져야겠습니다. 저도 그 친구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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