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블로그를 하고 있는 걸까?




가끔 제목과 같은 생각을 종종 하곤한다. 요즘엔 특히 더 그렇다.
처음 블로그를 만든 것은 지금의 네이버 블로그가 페이퍼라는 이름으로 처음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할 때였다.
여대생으로 서울 생활을 하며 겪고 느낀 소소한 일상을 주고 받으며 이웃들과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즐거웠다.
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그들의 생각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도 참 좋았다.
그 시절에 알게 된 페이퍼 친구는 지금 내가 베프로 꼽는 친구들 중 한 명이다.
신세도 많이 졌고, 우린 참 끈끈한 사이가 되었다.

이웃들 중 한 명이던, 오프라인 친구와 사이가 틀어지면서 쫓겨나듯 그곳을 닫고 여기에 둥지를 틀었었다.
재미나게도 이오공감이라는 메인 페이지에 내가 올린 포스팅 (터키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이 소개되었었다.
블로그를 하면서 내가 보고 들은, 느낀 좋은 정보들을 소개하고 싶었고 좋은 것들을 공유하고 싶었다.

음.. 이를테면; 나 같은 경우는 자취 생활을 오래하다보니 밥을 만들어 먹기보다 밖에서 공산품들을 사 먹게 되는 일이 많은데다, 신제품에 대해 호기심이 많아서 그런 것들을 궁금해하곤 했다. 그래서 내가 구입해 먹은 것들(편의점 음식들)의 정보를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예뻐지고 싶어서 노력하는 외모 컴플렉스 여자이기에 뷰티나 미용 정보도 올렸었고, 건강이 너무 나빠져서 일도 공부도 할 수 없었던 시기에는 건강 정보도 꾸준히 올렸었다. 내가 치료받았던 요법들이나 병원 정보들 같은 것.

그리고 지금은 하지 않은지 오래 되었지만 천성이 오덕이라 내가 즐기던 취미에 대한 기록도 꾸준히 했었고-

... 게으름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내가 돌아다닌 곳들의 여행 정보 같은 것도 올리고 싶었다.

유익한 정보라고 생각되는 것들이나 내 소소한 일상의 감동들을 함께 하고 싶었다.

그런데 요즘의 인터넷은- 아니 이 곳 이글루스는, 좀 무시무시해졌다.
사람들이 댓글을 통해 공감하고 소통하고 이해하려기보다는 서로의 입장을 내세우고 상대방을 비판하고 비난하려는 성향이 강해진 것 같다. 예전에 블로그를 통해서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이야기들을 퍼뜨리고 다니는 사람들과 엮이고 혼줄이 난 적도 있는데다, 최근에는 블로그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힘든 상황을 6개월이나 겪다보니 이제는 글을 쓰는 것도 마음대로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된다.

쓰는 입장에서 바라는 것과 읽는 입장에서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게 된 것이다.

나는 내 일상을 말하고 싶었을 뿐인데
사람들은 내 글을 통해 나를 짐작하고 나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
내가 겪고 사용한 무언가에 대해 판단을 내리고 구매 결정에 그 판단은 영향을 준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누군가에게 이렇다 저렇다라고 평가를 듣고 싶지 않다.
좋은 평가든 나쁜 평가든 그런 것은 부담스럽고 싫으니까.
하지만 아직도 마음 한 켠에서는- 누군가와 만나고 이야기 하고 싶다는 욕망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이웃으로 남고싶다는 마음이 남아 있다.

얼마 전, 내 뷰티 동영상 리뷰를 좋아하신다는 이웃 블로거분의 이야기에 무척 기분이 좋았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유익하게 쓰여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기운을 내서 포스팅을 더 하고 (최근에 구입해서 사용한 에센스가 효과가 있는지 피부가 좋아졌다;) 싶은데 기운이 안 난다. 내 일상도 지쳐있고 요즘의 내가 내 스스로에게 자신감도 없기 때문이다.

...
어느 사이엔가 블로깅이 무미건조해진 것 같다.
내 스스로가 삶이나 일에 대한 의욕을 잃었기 때문인 것 같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보다, 내 주변 사람들과 나 자신에게 먼저 좋은 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꾸준히 한다.

기운이 없다. 내 생각이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힘든 것은, 비난을 받고 싶지 않아 하는 두려운 마음이, 늘 포스팅을 하기 전에 먼저 들기 때문일 것이다. 많이 위축되어 있다.


...예전에 쓰던 블로그의 글을 뒤지다가, 모두들 그래도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털어놓고 이해받고 이해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하는 글을 읽었다. 우리는 아직도 비슷한 마음, 비슷한 생각일 거다. 세상이 어떻게 바뀌고 무엇이 어떻게 변하든. 가장 중요한 것들은 변하지 않는 법이다. 그렇게 믿고 있다. 사람의 진심은 전해지기 어려운 법이라고 해도 그래도 언젠가는 전해지리라고 믿고 살아가는 것처럼.


누군가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평가하든, 개의치않고 내 길을 가고 싶다.
또 마찬가지로 나 역시 다른 사람에 대해 어떠한 평가를 내리고 싶지 않고 내 잣대를 들이밀고 싶지도 않지만- 쉽지 않다. 한 번 익숙해져버린 사고방식이란.

껍질을 벗고 다른 이들을 대하고 싶다고 생각해도
두터운 가면과 함께 살아가다가 그 가면이 아예 얼굴에 붙어버려서 그것이 자신의 얼굴이 되어버렸다면
그냥 그게 내 자신인 셈이다.
억지로 AT 필드를 열다가는 모두가 다칠 뿐. 함께 살아가는 법을 더 제대로 배워보자.

무언가를 왜 하느냐고 묻게 되는 것은,
더 성장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나아가자.
봄이다.

PS. 이 포스팅의 두 줄 요약본.

Q : 나는 왜 여기서 찌질대고 있는 것일까.
A : 원래 찌질이라서 ㅋ.

... 요약하니 간결해서 좋네요 -ㅂ-/




by 아이 | 2011/03/15 17:51 | Unlocked Secret (뻘글) | 트랙백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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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1/03/15 18:0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11/03/15 21:55
아;; 몇 년 전엔 정말 보이스 블로깅을 자주 했었는데.. 그 때 들러주셨었군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봐 주셔서 더 감사하구요.
열심히 살아야겠어요;ㅅ;/ 네, 힘낼께요! 흑흑흑..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11/03/15 22:27
아이님 덕분에 저는 유니세프 후원도 시작했고,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알고 이해하게 되었는걸요.
아이님의 블로깅은 귀한 블로깅이에요~~~
Commented by 아이 at 2011/03/15 22:33
우어!!! 역시 네비아찌님! 감사합니다;ㅁ;

그리고 생각해보면 이글루스를 통해서 네비아찌님을 알고 만날 수 있게 되어서 그건 정말 감사한 인연이네요. 정말 작년 한 해에는 신세 많이 졌습니다 ㅠㅠ

제대로 살아야겠다, 고 생각하게 됩니다. 요즘 더더욱요. 흑 귀하게 여겨주셔서 감사해요 ㅠ_ㅠ//

제 얄팍한 불안이나 투정 같은 것들이 아닌, 더 좋은 것들을 많이 나누고 싶네요.
감사합니다;0;)/
Commented by Xeon at 2011/03/15 22:44
블로그를 하는 이유 -
내 이야기를 남들에게 들려줄 수 있고, 정보를 제공하면서 서로 받고, 그러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

제 경우를 보자면 이거인 거 같아요'ㅅ'; 어쨰 맨 마지막 것이 비중이 높아지는 듯(...) 다만 심한 친목질은 자제해야겠죠;ㅅ;
Commented by 아이 at 2011/03/19 20:37
전 맨 마지막이 제일 좋은 것 같은데요?

온라인에서 알게되어 오프로 이어지는 인연 좋아해요 ^--^!
심한 친목질은 대체 어떤 것일지;-ㅂ-; 뭐든 과유불급이긴 하죠.
Commented by 삼별초 at 2011/03/15 23:47
그래도 아이님의 소녀 감성이 묻어나는 이곳이 좋습니다
앞으로도 ㅉ ㅜ ㄱ 이어주시길 ^^
Commented by 아이 at 2011/03/19 20:38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ㅁ;/
며칠 전, 아기를 낳은 친구네 놀러가서 두유를 해외배송으로 받은 이야기 하면서 막 다시금 감사했었어요 ㅎㅎ 넵 이어가볼래요! >.</
Commented by Jina at 2011/03/16 08:26
여러가지 유용한 정보와 소소한 삶이야기를 담은 아이님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몇몇 특이한 분들로 인해 상처받지 마시고 힘내세요~!
Commented by 아이 at 2011/03/19 23:25
꺅 유용한가요? 지나님 보시라구 다이어트 포스팅 하고 싶긴 한데..
아직 다이어트 진행 중이라 올리기가 조심스러워져요;;

음.. 상처는 예전에 많이 받았고, 지금은 뭐 걍.. ㅎㅎ 하고 있어요.

생각하면 속상했던 힘들었던 시간도 많지만.. 그걸로 인해서 포스팅 방향도 많이 바뀌었고 알게된 점들도 있으니까요 :) 감사합니다, 응원해주셔서요!
Commented at 2011/03/16 15:2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11/03/19 23:2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녜요!! 으하하하..
그냥 가끔은 제 스스로가 제 글 보면서 음.. 난 역시 허세 쩌는 중이병 찌질이군..ㅋㅋ 그런 생각하거든요. 그냥 그렇게 생각해버리면 심오하고 우울한 생각들도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좋더라구요! ^ㅁ^ ㅋㅋ

00님은 글에서 매력이 막막 넘치셔서..
그래서 포스팅 읽으면서 참 즐거웠답니다 :)

온라인에서든 오프에서든, 더 행복하고 즐거우시면 좋겠어요!

00님은 "찌질찌질.."이 아니라 "반짝반짝!!"이십니다요!! ;ㅂ;dd
Commented at 2011/03/16 16:0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이 at 2011/03/19 23:30
뭐랄까 키보드 워리어?
그런 사람들의 댓글을 많이 보니까 자기도 모르게 방어적이 되는 기분이예요.
뭔가 자신있게 말하기 보단 소심해지고^^; 비난받고 싶지 않은 이의 특성이랄까요?

전 뭔가 제가 알게 된 것들이 경험에서 얻은 것들일 땐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서 전해주고 싶더라구요. 또 가끔 공감하고 싶은 일상의 느낌도 있구요.

결국은 외로움 타는, 오지랖 넓은 옆집 아줌마 같은 기분? ㅎㅎ

수위에 있어서는, 네이버 블로그의 이웃공개나 페이스 북의 특정인 공개 시스템이 참 편하더라구요.

제 페이스북 기본 읽기 가능한 사람은 딱 네 명뿐이랍니다^^; 고딩때부터 친구이던 애들이예요 :)
Commented by 쩌네정 at 2011/03/18 05:38
저는 사실 2003년 이글루스 초기부터 주욱...일기장으로 써오고 있어요ㅋㅋ 최근에 여행기 포스팅을 네이버에서 새로 시작해볼까 싶어서 시도는 해봤는데. 그동안 이글루스에 (퀄리티는 저질이지만) 쌓아온 포스팅들이 있어서, 이걸 그냥 버리긴 그렇더라구요ㅠ 그리고 가끔 찾아와주는 이웃이 있었는데, 제가 잠시 주소를 바꾼 사이에 원래 주소를 뺏겼어요!!!! ㅠㅠ 여행기 열심히 쓰고 싶은데, 맘처럼 안되네요ㅠㅠ
Commented by 아이 at 2011/03/19 23:31
우와! 2003!!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가시네요.
여행기는.. 저도 시도하다 번번히 관둬버리는데, 정말 쓰기 어려운 것 같아요;

여행에서의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공유하고는 싶은데 이 놈의 게으름이^^;;

...주소는..ㅜㅜ 삼가 주소의 명복을 빕니다?; 흑흑..

여행기, 힘내세요! 제가 가고싶은 나라 0순위가 쿠바라서, 정말 잘 읽고 있답니다+ㅁ+ 감사해요!!!
Commented by 하얀이슬 at 2011/04/07 18:59
목적상실후 아주가끔 눈팅만하게 된 1인입니다..

맨날 하는일도 똑같아서 쓸말도없고......

그러네요..ㅠ

나이먹어가는게 이런건가..

겨울에 중국도갔다왔고..
지름신도 강림하셔서 컴터도 바꾸고했는데
그저 그런 하루속에 묻혀가네요
Commented by 아이 at 2011/04/08 21:49
그저 그런 하루 속에서 작은 행복들을 발견하는 게 진짜 삶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활짝 핀 벚꽃과 개나리를 보니 좋더라구요.
뭔가 애잔한 그리운 추억들도 떠오르지만,
너무 바빴을 땐 꽃이 언제 피었다 지는지도 모르고 봄을 보냈었거든요.

하얀이슬님 덕에, 제 일상이 참 소중하구나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그저 그런 하루가, 어쩌면 진짜 하루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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