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졸업반, 란제리 브랜드의 인턴 디자이너로 일 할 때였어요. 그 때 인턴십 기간이라 패션 사업부 전체가 한 브랜드 당 한 두명의 인턴이 일을 할 때였는데- 더운 여름철이였어요. 서울에서 먼 거리까지 출퇴근에다가, 여러 수행 과제에 경쟁 과제, 미래에 대한 여러가지 불안과 긴장감으로 보낸 두어달이였지요.
다른 아동복 브랜드에서 일하던 인턴 친구랑 이야기를 하는데, 요즘 이 노래를 중얼거린다고 그랬어요.
SES의 달리기요. 조용히 부르는 노래 가사에 뭔가 뭉클,했어요. 집에 돌아와 찾아보니 이런 가사더군요.
그 후로도 아주 가끔씩 힘든 순간이면- 떠오른답니다. 그래서 입 속으로 조그맣게 불러보다가 눈물이 퐁퐁 솟곤 해요.
할 수 없죠. 인생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고 마라톤인걸요. 힘들다고 주저 앉아 울면서 포기해버리고 싶은데-이게 혼자 뛰는 게 아니라 계주라- 내 앞 뒤로 가족과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일등까지는 아니여도 괜찮아요. 그렇지만 너무 뒤쳐지면 곤란해지거든요. 그래서 이를 꽈아악 물고- 괜찮은 척 하면서 달려요. 걷는 건지 기는 건지 모를 속도로 말이죠.
괜찮다 괜찮아 스스로를 타이르며 가쁜 숨을 고르며 걷고 뛰고 걷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골인 지점에서 웃으면서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했어, 라며 웃을 수 있지 않을까요?
너무나도 화창한 4월의 봄날에 피곤에 쩔은 몸으로 집에 돌아오는 오늘, 가만히 이 노래를 불러보았습니다.
울면서 불러본 노래는 어떤 것들이 있더라 생각하다가 픽 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달리기 여정에서 지쳐도 있을테고 또 더러는 기뻐도 할테지요.
틀림없이 이 지겨운 달리기는, 힘든 여정은 끝이 있을테고 쉴 수 있을 테지요? 그 날을 바라보며 또 지친 어깨와 다리로 내일의 달리기를 준비합니다.
모두가 각자의 출발선에서 매일 매일 마주하는 지겨운 달리기. 그래도 웃으면서 힘내보아요.
일등 아닌 꼴찌라 해도 열심히 달리는 우리 모두는 우리 각자의 인생에서 훌륭한 승리자일테니까요 :)
ps. ekdldjxm wnddp qorhvmrh vlrhsgkrh tjfjqekrh dlfjsms rp dksldi... 라고 중얼중얼 합니다; 아아 언제 끝날까요 지겨운 이 여정은 ;-;
사진은 2011년 2월 18일, 스리랑카 기숙사 베란다에서 곤히 자고 있는 냥이 키티입니다.
개인적으론 원곡인 윤상이 부른 버전을 더 좋아합니다. 신해철과 만든 프로젝트 앨번 '노땐쓰'의 수록곡인데, 윤상의 그 나즈막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 정말 숨이 턱까지 찬 육상선수의 귓가에 속삭이듯 응원의 메세지를 던지는 듯한 느낌에 괜히 뭉클해져요. SES는 너무 상큼발랄하게 불러서 더 빨리 뛰라고 재촉하는 듯한 기분이란..ㅇ<-<
사실 저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자리에 있는 것이 그렇게 빛을 발하는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물론 스타라는 단어는 그런 의미로 쓰인다는 걸 알지만요.
이렇게 이야기 하면 자신감 쩌네-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ses 멤버들도 저도 예전이나 지금이나 충분히 나름의 빛을 발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해요.
그 빛이 낡아보이거나 빛 바랬다고 평가하는 것은 타인들의 시선일지 몰라도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간다면 그것이 가장 빛나는 자리가 아닐까요? :)
저는 그런 생각에서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며 가정에서 주부로 살아가는 분들이 참 멋지고 대단해보이고 부럽답니다. 빈 말이 아니라 정말루요. 대중의 감탄을 자아내는 완벽한 미모나 솜씨보다도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고 가까운 이웃을 돌보며 살아가는 이들이야 말로 정말 제 자리에서 빛나고 있는 이들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렇게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