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이일기] 취미도 없고 친구도 없는 것 같아. 포스팅을 쓰고나서 혼자 얌냠 편의점 도시락을 먹었다. 그리고 올해, 2011년의 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포스팅 하려던 걸 잊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서울에서 살아가는 몇 년 간, 학교에 다니지 않고 일을 하면서 봄을 지나보내느라 제대로 피어나는 꽃 한 번 들여다 볼 시간 없이 살아왔었는데 올해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예쁜 꽃들도 보고 공부도 하면서 봄을 맞이 했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하나의 문이 열린다고- 늘 봄이면 아쉬워 하던 여유를 누리면서도 나는 고마워 하는 법을 잊고 살았나부다.
어느 나라에 오래 머물다가 떠나게 되면 늘 하는 생각이 있다. 누구에게 고마웠는지 어떤 신세를 졌는지, 그걸 어떻게 갚을까 하는 생각들이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고마운 적이 없었다면, 그거야 말로 정말로 황폐한 삶이 아닐까? 혼자서 제대로 폐 끼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애를 썼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힘들때 도와주지 않겠니?하고 손을 내미는 것이 정말로 인간적인 삶일지도 모른다.
아파서 몸져 누워 있을 때 간호해주고 식당에서 밥을 가져다 주었던 친구라던가 내가 서울에 와서 난방 안 되는 방 때문에 피난 가 있던 친구네 집 세 자매라던가 우울하거나 힘들 때 옆에 있어주고 좋은 이야기를 해 주는 많은 좋은 친구들 덕에 - 그나마 이 정도라도 버틸 수 있는 건 아닐까?
힘들 때마다 전화하면 친구 기분까지 망칠까봐 연락할 수 없었고 아플 때 도와달라고 하면 귀찮게 하는 일이니 부탁할 수 없었고 그런 것들은 생각해보면 내가 내 벽을 쌓는 일인 것이기도 하다. 일단은.
겁이 나서, 쉽게 손을 내밀수 없지만 의외로 상대방에 대한 벽을 조금 무너뜨리고서 바라보면 문은 의외로 크게 열려있던 경우가 많다.
색안경을 낀 채 살아가는 것은 나 자신인지도 모르겠다.
징징대는 포스팅을 쓰고 언니에게 안부 전화를 받고서, 착하게 살아가려고 내 자신을 죽이는 것은 해롭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굳이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다기 보다는 그냥 힘든 것은 티 내고 싶지 않았던 것인데- 음; 잘 모르겠다.
민폐인생이라는 손가락질이 무섭고 두려워 모두에게서 등 돌리고 살아온지 오래다. 아플 때 아프다고, 힘들 때 힘들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폐가 아니라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어제 부활전야 미사를 드리고 나서 모두가 만든 부활절 계란이 곱게 싸여 성당 입구에서 팔리고 있는 것을 보며 기분이 좋았다. 글루건을 묻히고 물감에 손가락 끝이 얼룩덜룩 해 졌지만,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 가는 작업은 즐거웠다. (혼날까봐 내내 쫄아있었지만;)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든,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며 많이 배우고 또 많이 까먹고 또 배우고 그러면서 커 간다.
누군가에게 고마운 일이 하나 생길 때마다, 다음에 나도 그 이들에게 좋은 친구,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 또한 자란다.
누가 내게 도움을 청하는 일을 민폐라고 생각해 본 적 없는데 내가 누군가에게 기대려 하는 것은 왜 그리 두려웠던가.
조금 더 솔직한 내가 되고 싶다. 아픈 것을 통해 배운다.
살아갈만한 계절이구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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