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서 원하신다면.


성당에서 미사를 준비하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

원하는 것을 달라고 청하는 기도보다, 당신께서 원하는대로 하소서 제가 그대로 따르겠나이다. 하는 기도가 낫다고 들었는데 만약 내 아이가 장애인이 된다던가, 부모님께서 큰 병에 걸리신다던가 집이 파산한다던가 하는 상황이 되어도 그렇게 기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천주교로 개종하기 전에는 몸이 너무 아프거나 인간관계가 틀어지거나 사기를 당하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하는 상황에서 하느님 혹은 누군가를 그냥 원망하거나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며 분노하고 속상해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가끔 생각한다.

혹시 이것이 당신께서 내게 원하신 일이라면 묵묵히 따르겠노라 하고 말이다.
그리고 주변을 탓하기 앞서 내 자신의 실수와 잘못된 점을 되짚어본다.
부끄럽기 짝이 없다. 늘.

시련이나 고통이 나를 성장시키는 장애물이나 미션이였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본다.
그리고 내가 겪는 고통이 어쩌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가 겪을 고통이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차라리 내가 아픈 게 낫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더라.

부모님의 건강 악화나 내 아이의 장애, 혹은 연인과의 사별 같은 상황은 절대 겪고 싶지 않다.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일들이다. 내게 그런 일이 닥치지 않아 너무도 감사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오늘은 순교자 축일이였다.
자신의 신념과 신에 대한 믿음, 사랑을 목숨과 바꾸신 성인들이 참 많다.
나는 당신 뜻대로 따르겠나이다, 하고 말로만 기도할 뿐이지 내 생활 안에서하느님의 사랑을 닮아가려는 노력은 참 부족한 것 같. . 아니 부족하다. ㅠㅠ

성가대도 너무 오랫만에 참석해서 미안했다.
다가올 축일들을 기다리며 열심히 해야지.

언제쯤 하느님이 원하시는대로 살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매일은 아니여도 약간은 그렇게 살고 있다.

아침 저녁 감사기도 대신 일어난 직후와 자기 전에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들었는데 (그래도 그런 방식은 소홀해지기 쉬우니 기도라는 형식이 필요한 거겠지만) 요즘은 매일 열심히 일하고 일에서 나름의 최선을 다하려 애쓰며 집안일 외의 공부나 연애에도 충실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나와 내 주변을 행복하게 만들며 서로 돕고 도우며 살아가는 삶이 그 분의 뜻과 일치하리라 믿는다. 우리가 서로 서로 사랑하면 주님 우리 안에 함께 계시리라~ 하는 성가 가사처럼 나도 정직하고 바르게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

행복한 일요일이 저무는 밤.
다음 주도 충실하고 즐겁게 살아가야겠다 ^-^♥

사랑하는 구 월이 흐르고 있다. 하느님과 내 안에서 :>

ps. 청년 전례부가 많이 인원이 부족한 것 같은데 더 모집되면 좋겠다ㅠㅠ
내 몸이 둘이라면 성가대랑 전례부 둘 다 할텐데 ㅠㅠ





by 아이 | 2011/09/18 23:44 | ㄴCatholic holic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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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Xeon at 2011/09/19 14:08
요새 사실 많이들 청년분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성당 내부단체 지원을 잘 안 하려 하시죠.
부끄럽게도 저도 그 중의 한사람... 꺼이꺼이;ㅅ;
Commented by 아이 at 2011/09/21 00:14
흑흑 그 이유들이 35세 이전에 사라져서 꼭 활동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11/09/19 16:12
요즘 예배 시간에 딴생각만 들고 졸립고 그랬는데, 아이님 글을 보면서 맘을 다잡을 수 있었네요. ^_^
Commented by 아이 at 2011/09/21 00:15
하느님께서 "내가 보기에 장애가 있는 이 아이를 너라면 정말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서 다른 사람이 아닌 너에게 보내기로 하였다." 라고 하시면 그거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좀 했었어요. 고난과 역경은 다 이겨내라고 주시는 걸까요?
Commented by 꿈꾸는 곰 at 2011/09/21 09:18
저는 신앙인은 아니지만, 성당과 절은 조용하고 경건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좋아합니다(뜬금)
Commented by 아이 at 2011/09/22 23:29
신은 어디에나 계시고 특히 사랑이 있는 자리에는 늘 함께 계신다고 하지요^-^ 저도 절과 성당의 경건함과 아름다움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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