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고양이를 병원에 데려갔다가 돌아오는 길, 아파트 정문 앞에 벚꽃이 너무 예쁘게 활짝 피어있어서 나도 모르게 감탄해버렸다.벚꽃이 새하얗게 혹은 핑크빛으로 물들어 화사하게 활짝 피어나 있는 풍경은 언제 보아도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느낌이라 핸드폰으로 몇 번이고 사진을 찍었다. 하늘은 하얀색에 가까운 하늘빛에 회색 구름이 무겁게 얹혀있었지만 유독 벚꽃이 피어있는 공간만은 햇빛이 내려 앉은 듯한 느낌이였다.
갈색 바탕에 자잘한 플라워 프린트의 팔랑거리는 빈티지 원피스를 입은 긴 머리의 소녀같은 얼굴을 한 동생이 찬 바람에 아파트 안으로 재빨리 걸어들어가서 벚꽃을 더 쳐다보고 싶었지만 따라 들어갔다.
사월은 늘 바쁘고 정신 없던 달이여서 이렇게 한 낮에 꽃을 보게 될 줄은 몰랐었다.
스무살의 벚꽃도 서른살의 벚꽃도 분명히 제각기 아름답게 피었을텐데 내가 기억하는 벚꽃의 색과 향은 늘 그대로여서 벚꽃나무 그늘 아래서 꽃잎이 날리는 그 장면 속에서는 비디오를 멈춘 것처럼 시간이 멎은 것처럼 멍한 얼굴로 그저 그 광경을 바라만 보게 된다.
그리운 사람의 얼굴도 이름도 잊었다, 말하고 싶지만 봄이면 돌아오는 순간 순간의 참 예쁘던 그 햇살 가득한 미소를 짓게하던 기억들.
사랑은 봄날의 꽃처럼 피었다가 삼사월에 갑자기 내렸다가 녹아내리는 눈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려서 지나가는 계절의 경계선 위에서 나는 팔랑이는 스커트 자락 너머의 구두 코 끝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어 바람에 구불거리는 머리카락 너머의 꽃가지들을 보다가 이제는 혼자 텅 빈 손과 손으로 깍지를 끼고
돌아오지 않을 시간들을 손목에 뿌린 향수 냄새를 맡듯 갓 뽑아낸 커피 향을 킁킁거리며 맡듯 머릿 속에서 지나간 향기들의 잔향을 뽑아내서 혼자 곱씹다 등을 돌린다. 벚꽃 잎이 흩날리는 풍경이 안겨주는 어떤 환상. 매년 봄이면 떠올리게 되는 그 날의 풍경들.
안녕 사랑했던 사람. 그런 노랫말을 흥얼거리게 되는 계절의 어떤 풍경 안에서 다시 혼자 읊조리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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