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916 osaka dotonbori street를 보니 제가 이 옷을 구입한 것도 9월 16일이겠네요; 이번 일본 출장에서(라고 쓰니까 꽤 자주 다녀오는 것 같지만 일로 해외에 간 건 네 번째입니다;;) 제 자신을 위해 사온 것은 두 가지예요. 옷 한 벌이랑(그나마 옷도 가져간 게 별로 없어서 현지에서 입으려고 산 것-_-;) 잡지 한 권입니다. (잡지보단 부록이 맘에 들어서.. 요건 넘 무거워서 도쿄에서 샀어요)
워낙 바쁘고 일이 많았어서 자유시간이 없는 것을~ 발표회 끝나고 저녁식사 마치고 혼자 시내 구경 한 시간 하고 온 거였거든요. 에휴휴;;
오사카 난바역 14번 출구에서 나와서 골목으로 들어가서 신사이바시쪽으로 걸어가다보면 유명한 다리가 나오죠? 무지 큰 서점이랑.. 그 서점 건너 편에 있는 옷 가게에서 구입했어요.
급한 맘으로 찍은 영상-ㅂ-;;
가게 이름은 라비안 로즈입니다. (장미빛 인생)
카키색 원피스(인지 상의인지-ㅂ-;)가 한 벌에 1900엔이길래 들어가 봤어요. 다른 것들은 그냥 딱히 취향이 아니라 저 걸 샀는데- 지금 와서 보니 하늘 색이나 스트라이프를 살 껄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건 구입한 직후의 영상; 사실 영상이 큰 의미는 없네요^^; 사진과 텍스트로 다 설명이 가능하니까..;;
"숲이 불타고 있었습니다. 숲 동물들이 다투어 도망갔지만, 오직 벌새 한 마리가 그 작은 부리로 강에서 물을 한 방울씩 떠다 그 산불 위에 떨어뜨리고 있었습니다. '대체 그리 해서 어쩌겠단 거야?' 다른 동물들이 모두 비웃었지요. 벌새는 답합니다. '나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요."
하네다 공항에서 비행기에 올라타기 전 비행기 입구 앞에 놓여있는 신문들 중 한겨례 신문을 집어들었다. 신문에는 4대강 정비 사업에 대한 보상에 대해 책정된 돈이 올해만 5800억이라고 했다. 사설에서는 한 교수님께서 5천년의 역사와 자연을 5년 임기의 정부가 이렇게 훼손시켜도 되는 것인가 하시며 이야기하시고 계셨다. (21일자 신문이였는데 기사를 찾을 수가 없네..)
마음이 답답해서 눈을 떼고 싶었다. 도망치고 싶은 현실의 한계와 개인의 무능력함. 나는 한 마리 벌새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어쩌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고서야 내 나라 강산이 다 불타기 전에, 내 마음이 다 불타버릴 것 같은 것을.
두꺼운 책의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나는 크로와상을 떠올렸다. 한 겹 한 겹 겹겹이 쌓인 층으로 맛을 이루어 내는 크로와상 맛의 묘미를 처음 느낀 것은 그리스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였다. 나는 낯선 것이 주는 맛있는 경험들을 여행을 통해 배우고 알아갔다.
그 기억들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올라 나를 행복한 여행자로 돌아가게 해 주었다.
여행유전자님의 여행 기록들 안에는 그녀의 따스한 시선과 맛깔나는 표현들이 포근히 쌓여있다. 한 장 한 장, 침을 삼키면서 읽게 되는 글들은 정말로 먹음직스럽다는 느낌이 들만큼 신선하고 맛깔스러웠다. 맛이란 먹는 것에만 쓰이는 표현이 아니라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그녀의 여행 기록들 안에서는 살아가는 맛이 넘치고 읽는 재미와 쏠쏠한 감동들이 숨겨져 있다.
만일 여행의 기록들로 그친 책이라면 이렇게 후한 평가를 내릴 수는 없었으리라.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나는 꼭 폭식을 하고만다. 재미난 책도 내게는 마찬가지, 두껍던 책은 걱정과 달리 하루 만에 말끔히 읽어 내려갔다. 즐겁고 재미나고 가슴 저리고 두근거리는 여행유전자님의 기억들이, 내 인생의 기억들과 겹쳐서 달고 맵고 짜고 시고- 갖가지 맛들을 펼쳐내었다.
맛있다는 것은 사람마다 입맛이 달라서 의견이 분분하다. 내게는 너무 짜고 느끼한 감자칩을 사랑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또 내가 너무 사랑하는 푸딩이나 슈크림 앞에서 인상을 찡그리는 남자들도 있다.
하지만 정말로 맛있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맛있다고 인정한다.
많은 여행 책들을 보았지만 늘 실망했었다. 사진이 너무 많기도 하고 내용이 부실하기도 했었다. 재미가 없기도 했고, 저자들이 겪은 내용보다 글솜씨가 부족하기도 했다. 언젠가 나도 여행에 관해 써보고 싶다 생각했던 것은 이제껏 내가 읽었던 재미없는 여행 책들 때문이 아니였나 생각한다.
두꺼운 책 앞에서 사람들은 분량을 보고 망설이리라. 하지만 정말로, 괜찮은 책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 입맛에 맞는 책이리라 생각한다.
여행 유전자님의 책은, 그녀의 여행 기록들이 아닌 인생의 여러 맛들을 장소만 바꾸어서 차례 차례 차곡 차곡 선보여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감히 친구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혹은 사서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하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들 안의 여행 유전자를 흔들어 깨울 염려가 있기에- 여행지에서나 읽으라고 말하고 싶은 책이였다.
...
책의 크기와 두께만 빼고, 만 점을 주고 싶던 여행 책. 떠나고 싶은 마음을 흔들어 깨우는 그녀 피 속을 흐르고 맴도는 여행 유전자. 내게도 혹시, 그런 유전자를 가지신 분이 선조 중에 있으신지 족보라도 뒤져보고 싶어지는 밤이다.
이렇게 좋은 책은 야금 야금 천천히 읽어주어야 맛인데- 너무 하루만에 후룩 넘겨 보았나 싶어 더욱 아쉽다. 이불 위 배게 맡에 놔 두었다가 두고 두고 생각나면 다시 펼쳐 읽어야겠다. 어느 페이지를 읽어도 그녀의 여행 속에서 느껴지는 가쁜 숨, 여유로운 바람이 나를 맞아줄테니까. 여행 유전자님의 흐르는 인생 여정 중 색깔고운 한 페이지가 나를 또 가슴 뛰게 만들어줄테니까.
ps. 덧붙여 이야기 하자면, 이런 좋은 글을 쓰시는 분을 링크해서 포스팅을 구독하는 것도 참 행운이라고 느껴진다. 이글루스에 감사하게 되는 짧은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