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목소리에 잘 반하는구나, 하고 뒤늦게 깨달았다. 네 번의 사랑 중에 두 번이 얼굴과 외모였고 두 번이 목소리와 질감이였다. 얼마나 얄팍한 인간인지, 싶지만- 뭐 호감이 존재하지 않으면 내가 가진 (나만 아는) 외부인에 대한 두터운 경계심을 어찌 허물 수 있단 말인가. 하하.
예쁜 것은 누구나 좋아하는 보편적인 아름다움이고, 나는 꽤나 속물적인 근성이 강한 애라 곱고 예쁜 걸 <은근히 대놓고> 밝히는 편이다. 클럽에서 춤출 때도 여성보컬을 선호하는 편이고- 고운 걸 좋아한다. 지극히 정상적인 일반인이라서.
요즘은 성시경 6집의 안녕 내 사랑을 핸드폰에 라디오 녹음을 해서 듣고 다닌다. 예쁜 목소리라 부담없고 좋다.
살풀이 테스트(http://blog.naver.com/choconeco/70000784381) 결과에 의하면 내 인생에 낀 살들 중엔 망신살이 있다고 한다. (음력생일과 양력 생일 대입시 나오는 결과가 조금 다르다.) 예전에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이 망신살이라는 게 어쩌면 과민반응 하는 내 스스로의 문제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
작은 것에도 쉽게 감동하고, 타인이 느끼지 못하는 숨은 것들을 발견하며 기뻐하고 놀라하는만큼 나는 다른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법한 것들에는 대단히 수줍고 부끄러워하며 오히려 이상하다 말하는 것들엔 그냥 무덤덤하다; 그리고 자책하는 경향이 강해서 마음에 걸리는 일은 몇 년이고 그 일로 혼자 힘들어 한다.
흠.
최근 매일 나에게 연락하는 친구의 삶을 보면 정말 다채롭고도 좀 민망한데;; 그녀는 개의치 않고 그런 것들을 즐긴다. 깔깔깔 호탕하게 웃으며 말한다. 만약 그녀에게 망신살이 있다면 그녀는 그걸 즐기는 것이리라. 나와는 달리;;
음.
맛있는 음식, 소설이나 영화, 음악 같은 타인의 창작물, 향기나 촉감처럼 자연물을 느끼는 감각이 발달한 것 역시 재능이 아닐까 싶다. 창작에 대한 재능과 창작물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재능은 틀린 거지.
망상, 공상을 즐기던 빨강머리 앤은 자라며 현실적이고 현명한 숙녀가 된다. 하지만 비뚤게 자라는 사람은? 글쎄. 과연.
...
공감하고 느끼고 너무 아파하고 너무 행복해하고 그 수위의 폭이 커서야 조울증밖에 더 되겠냐 싶을 땐 무덤덤한 사람들이 부러워진다. 아니 그런 사람들 역시 어쩌면 감정의 수위를 조절하며 드러내지 않을 뿐 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본 세상이 감동적이고 훌륭하다고 해서 그것이 남에게도 비슷한 강도의 느낌으로 다가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다.
감수성이 풍부..운운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왠지 속으로 [엿 먹어라] 같은 말들이 떠오르는 요즘이다. 아, 덥긴 덥구나.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