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U
사람을 상품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가전제품 상가에 들어가서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신제품을 적당한 가격에 골라 사듯, 사람을 눈으로 훑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 앞에서는 주눅이 들곤 했다. 도자기처럼 티 없이 깨끗한 피부와 마음과, 상처 하나 없이 온전하고 건강한 신체와 마음의 소유자를 모두가 원한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어서다. 생채기 가득한 내 심장과 흉터가 남아있는 손과 다리로는, 내가 원하는 세계 안으로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아서- 나는 내 상처들을 껴안고 누구에게도 흠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숨기면 보이지 않을 줄 알았지.
하지만 사람은 물건이 아니다. 팔고 사는 상품이 아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상품의 기준으로 사람을 재는 면접관들 앞에서 당당하려고 참 애를 썼다. 간절하게 바랬다. 내 자신없는 부분을 그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아둥 바둥 했던 건지 웃음이 나는 기억이다.
...
사람을 보는 기준이 돈, 명예, 권력, 지식.. 무언가 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 것에 국한된 사람들에게는 진심이라던가 소중한 것을 보여주거나 쥐여줘도 그 가치를 인식하지 못한다.
외제 스포츠카에 명품 핸드백. 액세서리. 그런 것들로는 마음을 채우지 못한다. 채워져도 일시적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나눌 수 있는 작은 진심이 더 소중하다는 걸 모를거다.
그런 사람들은 상처받지 않은 이들을 만나고 싶어하고, 같이 있으려 할 것이다. 흠이 없고 편안한 대하기 쉬운 사람들. 누구에게나 사랑스럽게 보이는 사람들을 대단하게 볼테지. 굳이 그런 가치 기준을 가진 사람들에게 나를 맞출 필요는 없다.
고급 수입 스포츠카. 억대 연봉. 뛰어난 외모. 사회적 지위. 그런 것을 부러워 하다가는 끝도 없는 법이고 겉멋만 들어서 자랑이나 일삼는 걸 즐기게 된다는 거-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례가 많아서, 겪은 게 많아서 나는 속으로 피식, 웃음 짓는다.
사람을 보는 가치 기준의 척도 너머로, 관찰자가 보인다. 시선의 주인공을 알 수 있다.
내 자신이 보인다.
아직도 많이 어리석고 좁고 얕은 내가 고스란히 보이는 것 같아 부끄럽지만, 나는 오늘의 나를 넘어 내일 더 나아질 것이리라 믿으며, 아직 덜 여물고 덜 자라고 보잘것 없는 나를 그대로 내 보인다.
무엇을 위한 포장인지, 허영이나 겉 멋은 아니길 바란다.
ps. 첨부한 사진은 명품을 두르고 있는 가난한 인도의 서민들이다. 보그 인도판 8월호. 의도는, 누구라도 명품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내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라는데- 빈민, 상류층 구분을 지어 놓고 그런 식으로 의도된 연출샷을 찍는 거. 난 별로 안 좋아보이는데? 환하게 웃고 있거나 어리둥절한 저 표정들에서 무엇을 얻고 싶은 건지. (사실 첫번째 여자애 표정이 너무 힘들고 피곤해 보여서- 내가 사진작가였다면 렌즈 너머 피사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을 것 같다)
논란의 여지가 많은 사진이지만 어떤 식으로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 시선의 주인을 짐작할 수 있다. 정말.
난 아직 한참이다. 한-참 멀었구나, 끌끌..
얼마짜리 무어를 어떻게 걸치고 다니냐는 것보다 오늘 무엇을 향해 어디로 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아직 눈의 노예. 욕구의 노예. 자유로워지지 못했네. 아직.
ps. 빼놓고 말하지 못했는데, 난 차라리 오래된 상처를 많이 끌어안고 그걸 이겨내며 제대로 살아가는 이들이 좋다. 물론 처음부터 꺾인 가지 없이 바르고 예쁘게 자란 나무도 아름답지만, 험한 비바람에 맞서 자라난 풀과 나무들에게서는 생명력이 느껴진다. 상처나 흉터가 정말로 흉볼 거리가 아니라, 자랑스러운 훈장처럼 남기위해서는 극복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시련없이 자란 무언가는, 그 나름의 한계를 안고 있다. 나는 그걸 알고 있다.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시련이라 믿는다. 오늘의 우리. 어제의 대한민국, 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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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펴고, 여유를 가지고, 웃으면서 조근조근.
감사하며 먹고 사는 이야기.
by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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