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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2   90년대를 기억하다. [11]




90년대를 기억하다.


[정의 소녀 환상] 분서 항의에 대한 두 줄 요약 설명

다시 만나요, 광화문에서

나는 80년대 초반에 대구에서 태어났다.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지역에서 10대 시절을 보냈다.
오늘 이오공감에 뜬 두 글을 읽으며, 나는 90년대를 떠올렸다.

좋은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적어도 10대의 나에게는 그랬다.
정화여고의 연보라색 스웨터를 입은 여고생 언니들을 보며 두근대던 국민학교 시절이라던가
이은혜의 JTA+와 이미라의 인어 공주를 위하여와 함께 자란 어린 시절.
물을 돈 주고 사 마신다는 것은 생각도 못 했고
오락실과 만화방, 그리고 잡지.
요즘의 인터넷 대신 우리들에겐 전화 사서함과 영상회가 있었다.

내가 어렸을 적에, 일본 문화와 만화는 검열 대상이자 지탄의 대상이였다.
학부모회와 YMCA 아줌마들은 모여서 만화를 검열하고, 영화의 몇 몇 씬을 자르고, 만화책을 불태웠다.
90년대 만화 모임 연대가 집회를 하며 보낸 여름날을 기억한다. 지금과는 분위가가 다르던 SICAF와 ACA, 개토, 블랙체리전을 떠올린다.
요즘의 일본 아이돌이며 일본 드라마가 공공연하게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비쥬얼 락이 대세던 90년대 중반, 나는 반 친구에게 일본음악을 듣는다는 이유로 매국노란 소릴 들었던 적도 있다.
나는 아직도 길거리에서나 편의점 안에서 일본 음악을 들으면 깜짝 깜짝 놀란다.
이 모든 것이 불법이였던 시기가 있었다.

우리는 누군가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민주주의를 이루어 내 왔다고 착각하며 살았다.
친일파 숙청이라던가 과거사가 정리되지 않은 한국은 그저 과거와 현재의 미묘한 상황들이 혼재되어 있는 곳이다.
법대로 처벌하자면 재산을 빼앗기고 감옥에서 나오지 못할 사람이 서울 금싸라기 땅들의 소유주로 잘 살고 있는 나라.
부정부패가 남아있는 땅.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교육청이 청렴도 꼴찌, 부정 부패도 일 위를 자랑한다.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나라도 국민도 혼란스럽다. 에구에구.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보고 주변을 돌아본다.
혼란스럽다.
분명 잘 살게 되긴 했는데, 사람들의 마음 속은 힘든 현실에 구겨져 있고, 아이들은 어깨가 무겁다.
어떤 나라를 비교하면 우리가 열라 잘 사는 것 같은데 어떤 곳과 비교하면 살아가는 기준이나 복지 정책, 일터의 환경이 너무 떨어지는 것도 같다.
갈팡질팡, 허둥지둥.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었는데, 달리고 달리다가 넘어지고 다치고 잃어 버리는 줄도 모르고 달려만 간다.

...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경제력들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그런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이리 말하면 나이 있어뵈지만 나도 아직은 20대-_-;) 모르는 것 같다. 아니면 잊고 있거나.

한 명이 한 권을 불태워도 술렁거리는 세상.
여러 명이 수백권의 만화책을 불태우고, 만화인들이 표현의 자유를 외치던 시절이 있었다.
오덕 오덕 거리며 불법 다운로드 받은 게임들과 일본 동인지, TV 쇼 프로그램이 가득한 한국의 웹 사이트들.
일본문화 개방 전까지 일본의 대중문화를 볼 수 있는 입구라고는, 팬클럽끼리 만들어 제작한 영상회 비디오 테이프나
혹은 친구 오빠가 녹음해 준 일본 애니메이션 음악, 혹은 GMV나 채널 V, 혹은 NHK나 수입 서적 전문점이 전부던 시절이 있었다.

모두들 잊은 것 같지만,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들도 있다.
잊었다 말하면 슬퍼질 것 같다.
잊혀졌다고 결론 지으면 안 될 것 같다.


90년대에 붕괴된 성수대교.
무너져내린 다리처럼, 지금의 우리와 과거의 우리를 잇는 허브 역할을 해주는 건
저렇게 부숴져서 남아있지 않은 느낌..


100℃ - 최규석 (만화로 보는 6월 항쟁)씨의 최근 인터뷰 내용을 덧붙인다.



이어지는 내용




by 아이 | 2008/09/02 00:28 | etc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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