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행복의기준


2009/12/07   빵과 사랑에 대한, 단상 [8]
2008/09/02   나를 바라 보는 시선 너머로, 네가 보인다. [10]




빵과 사랑에 대한, 단상


요 몇 달간 생각해 왔던 것을 글로 남겨본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돈"을 이야기 하고, "결혼"을 이야기 한다.
현실을 직시하라고 하면서 "조건"을 이야기 한다.

참 이상한 일이다.

결혼은 서로 사랑하는 사람끼리 함께 하는 것이 0순위의 조건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왜 어느새 능력있고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이 우선이 되어버린 것일까? 언제부터?

아주 예전부터의 이야기다.
여자는 남자를 잘 만나야 한다는 둥의 이야기.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진 지금도 그 인식은 거의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심해졌음 심해졌지..;)
하지만 똑같이 생각한다면 남자 역시 여자를 잘 만나야 하는 것 아닌가?

여자에게 요구되는 결혼, 혹은 연애의 조건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순위는 외모인 것 같다.
외모지상주의 시대라서가 아니라, 그냥 몇 번씩 선을 보거나 소개팅을 할 때의 조건들이 그랬다.
학력이나 능력보다 외모, 예쁘기만 하면 좋으니 예쁜 사람을 찾는다는 이야기.
그래서 요즘 우리 나라의 여성들은 성형을 가볍게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일단 누군가를 만나기까지의 조건이 외모가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남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능력. 돈, 외모,키,학벌,집안..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으면 숨이 막히고 답답해진다.

늘 어머니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결혼은 현실이다,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절대 안 된다."

주변에서 그런 사례를 무수히 보았다면서 내 미래를 염려하신다.
서로 좋아 죽는 사이로 결혼했는데 남자가 능력이 없어서 결국 나중엔 여자가 후회하더라는 이야기.
나중에 너무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럽더라는 이야기.

글쎄. 내 심성이 비뚤어져서 일까, 나는 그런 이야기가 듣기 싫다.

후회는 그 사람들의 후회이지 나의 후회가 아니니까,
회후하든 어떻든 결국은 나의 선택이지, 내 선택을 제대로 이끌어 주지 못 했다고 나중에 원망하거나 할 일들도 아니고 말이다.

사람이 먹고 살만한 기본적인 능력 이상만 있고 성실하고 또 헤프지 않으면 된 거지.
왜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을 만나서 팔자를 피는 신데렐라식 환상에 젖어 사는 걸까?

무엇보다 중요시 여겨야 할 것은 인성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인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인지.
그런 것들일텐데.. 어째서 모두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이에서 돈을 이야기 하고, 능력을 요구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게는 한 가지 확신이 생겼다.
(사실 이것은 비단 결혼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좋지 않은 이야기는 좋은 이야기보다도 더 빨리 널리 퍼지고, 많은 사람들은 많이 알려진 이야기를 모든 현상들의 기본적인 사실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사람과의 결혼으로 불행한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의 신세 타령은 지지배배 소문을 옮기고 다니는 수다스러운 무리들에게는 참 좋은 안줏거리일터.
그런 것에 대해 일부러 이야기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돈은 좀 없지만 그래도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세상에 많지만 그 사람들은 굳이 자신의 처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스스로가 행복하다고 여겨도- 세상에는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 행복을 행복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도 분명 있으니 말이다.
(최근 루저 발언으로 세간을 뜨겁게 달구었던 그 여자분처럼 말이다.)

사람의 행복은 제각각이다.
곧 죽어도 명품백과 외제차만 있으면 행복하고, 그런 것들을 갖추어줄 수 있는 사람만 사랑할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배가 고파도 사랑하는 사람만 옆에 있으면 고픈 배도 불러지고 그 사람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너무 쉽게 인간의 행복을 물질로 규정 짓는다.

"나중에 분명히 후회할 거다."
"넌 괜찮다고 해도, 나중에 아이들이 생겨서 걔네들이 먹고 싶고 입고 싶은 거 제대로 못 해 준다고 생각해봐, 그 때도 지금 같을까?"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그렇게 철이 없니?"
"왜 그렇게 조건 좋은 사람들을 마다하니? 얼굴 뜯어 먹고 살 거 아니다, 너"

사람들이 쉽게 쉽게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답답하게 가슴에 쌓이는 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를 믿고 또 내 능력을 믿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믿는다.

세상에 증명하고 싶어진다.
능력이란 갖추어 나가는 것이고, 가장 기본 조건인 사랑을 뛰어 넘는 기본일수는 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세상이 쉽게 바뀔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은 사람들이 많아진다 해도
그들은 조용히 침묵을 지킬테니까, 웃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행복의 기준도, 후회의 기준도
나의 것과는 다르다.
많은 이들이 했던 후회라고 해도
나의 경우와 그 사람들의 경우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필요하냐는 알렉산더 대왕의 질문에
햇빛을 가리고 있으니 비켜달라는 한 철학자의 대답이 떠오른다.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은, 몸이 편하고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붕어빵 하나를 나눠 먹어도 내가 사랑하고 또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너무도 당연한 것 같은데, 모두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람은 사람들 저마다의 철학이 있다.
고치려들지 않겠다.

다만 그것을 나에게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당신들의 생각에 칼을 들이대고 고치려 들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ps. 역시, 진짜 사랑해본 경험이 있다면 ... 하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드는 건 사실이다.
가끔 묻고 싶어진다.
만약 지금 만나는 그 사람이 경제적인 능력이 그닥 높지 않다던가, 외모가 별로라던가 그렇다면 계속 사귀고 있었을 것 같냐고.
그런 조건들 역시 그 사람의 일부분인 것은 맞지만;;

내가 좀 심술 궂은 것 같다.
타인의 행복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많아지는 것은 내 행복과 그 기준에 대해 자신이 별로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타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내 안의 목소리에 좀 더 집중해야겠다.

귀가 얇디 얇아서 팔랑팔랑거릴지라도,
내 안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할 거야.

:)


이어지는 내용은 개인적인 이야기와 카더라 통신




by 아이 | 2009/12/07 09:10 | Why?@! (Q&A) | 트랙백 | 덧글(8)
나를 바라 보는 시선 너머로, 네가 보인다.


Dear. U



사람을 상품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가전제품 상가에 들어가서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신제품을 적당한 가격에 골라 사듯, 사람을 눈으로 훑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 앞에서는 주눅이 들곤 했다.
도자기처럼 티 없이 깨끗한 피부와 마음과, 상처 하나 없이 온전하고 건강한 신체와 마음의 소유자를 모두가 원한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어서다.
생채기 가득한 내 심장과 흉터가 남아있는 손과 다리로는, 내가 원하는 세계 안으로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아서-
나는 내 상처들을 껴안고 누구에게도 흠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숨기면 보이지 않을 줄 알았지.

하지만 사람은 물건이 아니다. 팔고 사는 상품이 아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상품의 기준으로 사람을 재는 면접관들 앞에서 당당하려고 참 애를 썼다. 간절하게 바랬다. 내 자신없는 부분을 그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아둥 바둥 했던 건지 웃음이 나는 기억이다.

...

사람을 보는 기준이 돈, 명예, 권력, 지식.. 무언가 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 것에 국한된 사람들에게는
진심이라던가 소중한 것을 보여주거나 쥐여줘도 그 가치를 인식하지 못한다.

외제 스포츠카에 명품 핸드백. 액세서리.
그런 것들로는 마음을 채우지 못한다. 채워져도 일시적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나눌 수 있는 작은 진심이 더 소중하다는 걸 모를거다.

그런 사람들은 상처받지 않은 이들을 만나고 싶어하고, 같이 있으려 할 것이다.
흠이 없고 편안한 대하기 쉬운 사람들. 누구에게나 사랑스럽게 보이는 사람들을 대단하게 볼테지.
굳이 그런 가치 기준을 가진 사람들에게 나를 맞출 필요는 없다.

고급 수입 스포츠카.
억대 연봉. 뛰어난 외모. 사회적 지위.
그런 것을 부러워 하다가는 끝도 없는 법이고 겉멋만 들어서 자랑이나 일삼는 걸 즐기게 된다는 거-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례가 많아서, 겪은 게 많아서
나는 속으로 피식, 웃음 짓는다.

사람을 보는 가치 기준의 척도 너머로, 관찰자가 보인다. 시선의 주인공을 알 수 있다.

내 자신이 보인다.

아직도 많이 어리석고 좁고 얕은 내가 고스란히 보이는 것 같아 부끄럽지만,
나는 오늘의 나를 넘어 내일 더 나아질 것이리라 믿으며,
아직 덜 여물고 덜 자라고 보잘것 없는 나를 그대로 내 보인다.

무엇을 위한 포장인지, 허영이나 겉 멋은 아니길 바란다.

ps. 첨부한 사진은 명품을 두르고 있는 가난한 인도의 서민들이다.
보그 인도판 8월호.
의도는, 누구라도 명품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내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라는데-
빈민, 상류층 구분을 지어 놓고 그런 식으로 의도된 연출샷을 찍는 거. 난 별로 안 좋아보이는데?
환하게 웃고 있거나 어리둥절한 저 표정들에서 무엇을 얻고 싶은 건지.
(사실 첫번째 여자애 표정이 너무 힘들고 피곤해 보여서- 내가 사진작가였다면 렌즈 너머 피사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을 것 같다)

논란의 여지가 많은 사진이지만
어떤 식으로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 시선의 주인을 짐작할 수 있다. 정말.

난 아직 한참이다.
한-참 멀었구나, 끌끌..

얼마짜리 무어를 어떻게 걸치고 다니냐는 것보다
오늘 무엇을 향해 어디로 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아직 눈의 노예. 욕구의 노예. 자유로워지지 못했네. 아직.



ps. 빼놓고 말하지 못했는데, 난 차라리 오래된 상처를 많이 끌어안고 그걸 이겨내며 제대로 살아가는 이들이 좋다.
물론 처음부터 꺾인 가지 없이 바르고 예쁘게 자란 나무도 아름답지만, 험한 비바람에 맞서 자라난 풀과 나무들에게서는 생명력이 느껴진다.
상처나 흉터가 정말로 흉볼 거리가 아니라, 자랑스러운 훈장처럼 남기위해서는 극복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시련없이 자란 무언가는, 그 나름의 한계를 안고 있다. 나는 그걸 알고 있다.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시련이라 믿는다. 오늘의 우리. 어제의 대한민국, 남한.




by 아이 | 2008/09/02 01:43 | 低俗하게 blahblah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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